국내 경기가 예상보다 빠르게 침체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대내외 여건을 감안할 때 앞으로 급격한 불황이 올 수 있다는 어두운 전망도 제기됐다.

현대경제연구원은 3일 발표한 ‘경기 하방 리스크의 확대’를 통해 “올 2분기 국내 경제 상황은 경기 후퇴에서 침체 국면으로 진입하는 과정에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애초 예측한 경기 하강 속도(2018년 하반기 중)를 넘어서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2017년 5월을 정점으로 1년여간 하락 기조인데다 경기 방향성을 예고해 주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 역시 지난해 7월 이후 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설비투자의 경우 올 3월(전월 대비 -7.8%), 4월(-3.3%) 감소세가 이어지는 등 2분기 들어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설비투자 선행지표인 국내 기계 수주는 지난해 4분기 이후, 자본재 수입액 증가율은 올 1월을 정점으로 추세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건설투자 선행지표인 건설수주는 4월 들어 42.0% 감소하는 등 건설투자 급감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수출은 5월 13.5% 늘었지만 수요 회복에 의한 물량 요인보다 단가 상승에 기댄 측면이 커 ‘불안한 회복세’로 평가됐다.

고용은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체감 실업률이 4월 11.5%로 전년 동월(11.2%)보다 상승했고 신규 취업자 수는 2∼4월 10만명대 초반에 머물고 있다. 산업별로 보면 제조업 생산은 재고 증가, 출하 감소가 지속하고 있고 생산 확장은 일부 산업에 그쳐 견고하지 못하다는 게 현대경제연구원의 분석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설비·건설투자 절벽에 따른 성장·고용 창출력 고갈, 가계부채가 증가와 소득정체로 인한 소비제약, 일부 품목에 의존한 산업경기 양극화, 국제유가 상승에 의한 가계 구매력 위축, 분배 위주의 재정정책으로 경기 안정화 기능 미흡 등을 하방 리스크로 꼽았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하방 리스크가 상당수 현실화하면 한국 경제는 수 년 내 보기 드문 ‘내수 불황’에 직면할 수 있다”며 “향후 급격한 불황 국면의 도래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 “경제 선순환 구조상 핵심인 투자 활성화를 위해 투자·시장 진입 관련 규제를 완화하고 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산업계의 역량 확보, 정부의 실효적 지원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