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단 변속기 명민하게 반응, 정숙성 흠잡을 데 없어

혼다의 대표 세단 어코드가 열 번째 완전변경차로 돌아왔다. 일본을 제외하면 아시아에선 한국에서 가장 먼저 판매에 들어갔다. 어코드는 수입차시장이 본격 성장하기 시작한 2004년, 월 1,000대 이상의 판매를 달성하며 수입차 대중화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그 이후 판매는 예전같지 않았다. 그래서 10세대 신형 어코드가 화려하게 부활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경기도 양평과 여주 일대에서 어코드 2.0ℓ 터보 스포트를 시승했다.

[시승]"예전의 그 차 맞나?" 혼다 어코드 2.0ℓ 터보 스포트

▲디자인&상품성
차체 크기는 구형보다 15㎜ 넓어지고 10㎜ 길어졌다. 휠베이스도 55㎜ 늘어났다. 최근 추세에 따라 전체적인 비례는 '역동과 공간'에 중점을 뒀다. 뒷좌석 무릎공간도 40㎜ 이상 넓히는 등 패밀리 세단에 걸맞게 공을 들였다.

첫 인상은 미래지향적 느낌이 물씬하다. 브랜드 시그니처인 '솔리드 윙' 디자인은 처음 봤을 때는 과장된 느낌이 있었는데 10세대는 그런 비판을 의식했는지 조금 얌전해졌다. 라디에이터 그릴에서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크롬 장식이 점차 균형을 잡아가는 모습도 보인다. 풀 LED 헤드 램프와 LED 안개등이 마치 화려한 비즈 장식처럼 앞얼굴을 수놓고 있다.

[시승]"예전의 그 차 맞나?" 혼다 어코드 2.0ℓ 터보 스포트

실루엣은 전형적인 스포츠 백 디자인이다. 앞부분을 길게 빼고 지붕선을 매끈하게 다듬었다. 자세를 낮추고 휠베이스를 늘리면서 안정적이면서도 역동적인 모습을 잘 드러낸다. C자형 LED 리어 램프는 멀리서도 어코드를 알아볼 수 있는 요소다. 다만 뒷모습은 면 분할이 다소 지나치지 않은가 싶다.

[시승]"예전의 그 차 맞나?" 혼다 어코드 2.0ℓ 터보 스포트

외관 이상으로 실내 변화도 극적이다. 직접적인 경쟁상대인 일본차는 물론 국산차와 비교해서도 과거 어코드의 실내 패키징은 경쟁력이 떨어졌다. 경쟁사들이 최신 기술과 신선한 느낌의 실내 마감에 공을 들이는 동안에도 어코드는 보수적인 구성과 마감재 선택으로 젊은 층이 좋아하기 어려운 어려운 차로 평가됐다. 이런 단점을 열 번째 완전변경에선 상당 부분 해소했다.

[시승]"예전의 그 차 맞나?" 혼다 어코드 2.0ℓ 터보 스포트

간결하고 깔끔한 디자인의 인스트루먼트 패널은 널찍한 공간감을 주면서 고루함을 말끔하게 없앴다. 크롬 장식 등 광택재 사용도 과하지 않으면서 적절히 포인트를 줬다. 버튼식 기어 시프트는 실내공간 확보에도 유리하지만 운전자에게 '최신 기술을 적용했다'는 인식을 효과적으로 심어준다.

[시승]"예전의 그 차 맞나?" 혼다 어코드 2.0ℓ 터보 스포트

7인치 디지털 계기판과 8인치 디스플레이 오디오의 시인성은 뛰어나다. 햇빛이 강한 한낮에도 시야 방해가 없다. 애플 카플레이 연동성도 만족스럽다. 그러나 새로 추가한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큰 기대를 하지 않는 게 좋을 듯 싶다. 주행속도와 크루즈컨트롤 사용 유무, 엔진회전수 등 최소한의 정보만 확인할 수 있어서다.

[시승]"예전의 그 차 맞나?" 혼다 어코드 2.0ℓ 터보 스포트
[시승]"예전의 그 차 맞나?" 혼다 어코드 2.0ℓ 터보 스포트

▲성능
파워트레인은 4기통 2.0ℓ 직분사 터보 가솔린 엔진에 10단 자동변속기를 맞물렸다. 최고 256마력, 최대 37.7㎏ ·m의 성능이다. 연료효율은 복합 ℓ당 10.8㎞로 인증받았다. 2.0ℓ 터보는 기존 3.5ℓ 가솔린을 대체한다, 배기량은 작아졌으나 제원표 상 성능 수치는 3.5ℓ 엔진을 넘어선다.

[시승]"예전의 그 차 맞나?" 혼다 어코드 2.0ℓ 터보 스포트

어코드 3.5ℓ 역시 힘이 모자라진 않았다. 오히려 "넘치는 출력을 차체가 충분히 받쳐주지 못해 불안하다"란 의견이 많았다. 혼다가 10세대 어코드에 공을 들인 부분이 바로 차체 강성 강화다. '에이스 보디'라 명명한 차체는 초고장력강판 비중을 29%까지 높이고 구조를 개선해 비틀림 강성을 32%까지 개선했다고 한다.

시승코스가 도심 일부와 고속도로 구간이었던 만큼 급격한 코너링이나 급가속을 하긴 곤란한 상황이었다. 시속 60㎞ 전후의 일상적인 주행이라면 구형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다만 요철이 심한 노면이나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 서스펜션의 반응이 보다 편안해졌다. 노면상태를 0.2초 단위로 읽어 감쇠력을 조정하는 어댑티브 댐퍼 덕분으로 보인다.

고속도로에 올라 세이프티카의 지시에 따라 조금씩 가속 페달을 깊게 밟았다. 체감속도 이상의 숫자가 계기판에 표시됐다. 10단 변속기가 명민하게 반응하며 어지간해선 엔진회전수를 높이지 않았다. 고속주행 시 안정감은 경쟁차를 압도할 만큼 인상적이다. 불안감없이 편안하게 원하는 만큼 속도를 붙여 나갈 수 있다.

정숙성도 훌륭하다. 다만 노면소음이 조금 올라온다. 재미있는 건 저속에서나 고속에서나 노면소음이 발생하는데, 속도가 빨라진다고 소리가 커지진 않는 점이다. 극도로 차단된 풍절음과 대조적으로 바퀴가 도로를 밟는 소리가 일정하게 올라온다. 명확한 설명을 듣진 못했지만 일상주행에서 거슬리지 않으면서 고속주행 시 재미를 줄 수 있는 요소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첨단 운전자 보조 패키지 '혼다 센싱'은 유용할 듯하다. 적응형 크루즈 컨트롤과 차선유지보조 시스템을 활성화하면 앞차와의 상대속도와 거리에 따라 차가 지정구간 이하에서 스스로 속도를 조절한다. 앞차가 멈추면 완전히 차를 세우고, 재출발 시 잠깐 대기한 후 알아서 따라간다. 시속 30㎞ 이하에서도 활용 가능하다. 고속도로뿐 아니라 막히는 도심구간에서도 사용하기 좋겠다.

차선유지 기능은 10~15초 정도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떼도 차선을 잘 따라서 움직인다. 기능을 활성화하고 스티어링 휠을 쥐고 있으면 차선 변화에 따라 스티어링 휠이 움직이는 걸 느낄 수 있다. 툭툭 치듯 반응하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조향한다.

▲총평
어코드를 비롯한 일본 브랜드들의 중형 세단은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완성도를 인정받은 '웰-메이드 카'다. 여기에 신형 어코드는 경쟁차 대비 부족했던 '밸런스'를 잘 잡았다. 다소 고루했던 실내외 디자인은 확실히 젊은 층에서도 매력을 느낄 정도로 잘 정돈했다. 넘치는 엔진 출력에 비해 물렁했던 차체도 단단하게 조였다. 패밀리 세단의 기본덕목을 지키면서도 이름대로 역동적인 감성도 느낄 수 있다. 일본차는 재미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도 의외의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선택지가 될 수 있다. 판매가격은 4,290만 원이다.

[시승]"예전의 그 차 맞나?" 혼다 어코드 2.0ℓ 터보 스포트
[시승]"예전의 그 차 맞나?" 혼다 어코드 2.0ℓ 터보 스포트
[시승]"예전의 그 차 맞나?" 혼다 어코드 2.0ℓ 터보 스포트
[시승]"예전의 그 차 맞나?" 혼다 어코드 2.0ℓ 터보 스포트
[시승]"예전의 그 차 맞나?" 혼다 어코드 2.0ℓ 터보 스포트
[시승]"예전의 그 차 맞나?" 혼다 어코드 2.0ℓ 터보 스포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