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는 시대 흐름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진화해 왔다. 그래서 모든 차들은 출시 당시에 유행한 디자인과 기술력을 판가름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한편으로는 최근 연결성, 자율주행, 전기화 등의 첨단 기술이 강조되면서 옛 것에 대한 가치가 흐려지기도 한다. 이를 되짚어보기 위해 40년간 자동차 산업을 지켜본 한국자동차문화연구소 전영선 소장이 예술적 가치가 뛰어난 클래식카 12대를 소개한다. 그 두 번째는 오번 851 SC 보트테일 스피드스터, 메르세데스-벤츠 540K 스페셜 로드스터다.<편집자주>

-1935년형 오번 851 SC 보트테일 스피드스터
미국 인디애나의 자동차 도시인 오번((AUBURN)은 멋진 자동차를 많이 배출했다. 특히 1934년 출시된 오번 보트테일 스피드스터 851(Boattail Speedster 851)은 오번을 상징하는 진짜 자동차 아이콘으로 꼽힌다.

오번 스피드스터 851은 8기통 150마력의 수퍼차저 엔진으로 최고속도 170㎞/h를 냈다. 동력성능은 물론 내구성까지 확보해 12시간 동안 쉬지 않고 160㎞/h로 주행한 최초의 미국산 자동차였다. 성능도 높았지만 무엇보다 이 차의 특징은 혁신적인 스타일이다. 스튜츠와 듀센버그의 디자인을 맡은 고든 뷰리그의 작품으로, 1930년대의 가장 인상 깊은 디자인 중 하나였다.

백만불짜리 다리로 불리던 독일 출신 할리우드 여배우 마를렌 디트리히는 851 스피드스터를 처음 본 순간 "하늘로 날아 오르겠다"라는 호평과 함께 오번에 반했다. 하지만 851 보트테일 스피드스터는 오번 자동차회사의 마지막 제품이 됐다. 그러나 그 멋진 스타일은 오늘날까지 자동차 디자인의 전설로 이어져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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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6년 메르세데스-벤츠 540K 스페셜 로드스터
다임러 벤츠는 창업이래 수많은 명차를 개발해 왔다. 그 중에서도 1930년대 'K시리즈'는 2000년대 차와도 결코 뒤지지 않는 성능과 품질, 스타일을 지닌 차였다. 엔진과 섀시는 포르쉐 창업자인 페르디난드 포르쉐 박사가 설계했으며 380K, 500K, 540K, 770K의 4개 제품으로 구성됐다. 차명의 숫자는 배기량의 1/10을 의미하며 K(Kompressor)는 수퍼차저를 뜻한다. 특히 770K는 아돌프 히틀러의 전용차로 유명했다.

외장 디자인은 프리드리히 가이거가 빚어냈다. K시리즈 중 가장 유명한 540K는 1936년 파리모터쇼에 처음 소개된 2인승 카브리올레로 기존 S시리즈와 달리 고속 주행 안정성과 안락함, 세련된 스타일을 지녔다. 경량화된 합금 엔진과 유선형의 차체, 간결한 내부 구조를 갖춰 '자동차경주를 위해 태어난 아름다운 야수같은 차'라는 평가를 받았다. 아돌프 히틀러의 애인인 에바 브라운은 벤츠에서 가장 예쁜 차를 만들어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엔진은 직렬 8기통 5,400㏄를 얹어 최고출력 160마력, 최고시속 170㎞를 낼 수 있었다.

540K는 현존한 벤츠 클래식카 중에서 경주용차를 제외하면 가장 비싼 경매가를 보유하고 있다. 2012년 페블비치 경매에서 1,177만 달러(한화 약 120억원)에 낙찰된 바 있다. 이 차는 1936년형으로 25대만 제작됐다. 지금은 5대만이 남았으며 이 중 독일 벤츠 박물관이 두 대를 소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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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선<한국자동차문화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