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무부가 현대제철 철강 제품에 매긴 반덤핑 관세율을 47.8%에서 7.89%로 대폭 낮추기로 했다. 미 국제무역법원(CIT)이 “관세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현대제철의 제소를 받아들여 수정 명령을 내린 데 따른 결과다. 미국의 지나친 반덤핑 관세 부과에 대해 한국 기업들이 CIT에 제소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미국에 수입되는 현대제철 도금강판의 반덤핑 관세율을 7.89%로 하향 조정하기로 했다. 상무부는 2016년 5월 현대제철 도금강판에 47.8%의 반덤핑 관세를 매겼다. 앞서 열린 예비 판정 때(3.51%)보다 44.29%포인트나 높아졌다. US스틸과 뉴코어, 아르셀로미탈USA 등 미국 주요 철강업체 여섯 곳이 한국에서 수입된 도금강판으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다며 제소한 데 따른 조치였다.

고율의 반덤핑 관세가 부과된 이후 현대제철의 대미 수출은 큰 타격을 입었다. 2014년 20만t 규모였던 도금 강판 수출량이 지난해 13만t까지 떨어졌다. 현대제철은 초고율 반덤핑 관세를 부과받자 2016년 8월 CIT에 제소했다. 현대제철이 미국으로 수출하는 도금강판은 주로 현대자동차 앨라배마 공장과 기아자동차 조지아 공장 등에서 자동차용으로 쓰인다.
[단독] 한숨 돌린 현대제철… 美, 관세율 47.8% → 7.89%
미국 상무부가 재산정한 현대제철 도금강판에 대한 반덤핑 관세율(47.8%→7.89%)은 오는 8월 CIT가 검토한 뒤 수용하면 최종 확정된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미 상무부가 다시 산정한 관세율이 크게 낮아져 CIT가 받아들일 것으로 보고 있다”며 “관세 부담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라고 말했다.

미 상무부의 이번 결정은 CIT가 현대제철의 제소를 받아들여 관세율을 수정하라고 명령한 데 따른 것이다. CIT는 상무부의 관세율 산정 과정을 면밀히 살펴본 뒤 ‘불리한 가용정보(AFA)’ 조항 적용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AFA는 기업이 자료 제출 등 조사에 충분히 협조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고율의 관세를 물리는 것이다. 상무부가 답변 부실 여부를 자의적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불합리한 조항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애초 상무부는 제품 판매 가격과 원가 등이 담긴 현대제철의 자료가 불충분하고 제출도 늦었다는 이유로 AFA를 적용했다. 이에 대해 CIT는 “상무부가 현대제철에 자료를 보완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며 관세율 재산정 명령을 내렸다.

포스코도 CIT 제소를 통해 지난달 상무부로부터 냉연강판에 대한 상계관세 재산정(59.72%→42.61%)을 이끌어냈다. 상계관세는 본국에서 장려금이나 보조금을 지원받아 가격 경쟁력을 높인 수입품이 국내 산업에 피해를 줄 때 물리는 관세다.

철강업계에서는 최근 미국 정부가 AFA 조항을 비정상적으로 폭넓게 적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대미 수출 유정용 강관(OCTG) 1위 업체인 넥스틸이 대표적이다. 넥스틸은 지난 4월 상무부로부터 75.81%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받았다. 앞서 지난해 10월 예비판정에서 받은 관세(46.37%)보다 29.44%포인트 높아졌다. 넥스틸 측은 “상무부에 제출한 자료에 ‘미 세관(US Customs)’이라는 단어가 빠졌다는 이유로 AFA 조항을 적용당했다”며 CIT에 제소했다. 최근 한국 정부가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철강제품의 쿼터제(수출할당제)를 수용하는 조건으로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25% 추가 관세는 면제받았지만 넥스틸처럼 개별 품목에 대해 고율 관세를 부과받은 업체는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다.

AFA 조항을 적용받는 기업 수는 계속 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수입규제 통합지원센터에 따르면 미국이 반덤핑 조사에서 AFA를 적용한 기업 수는 2013년 한 개사에 불과했지만 2014년 23개사, 2016년 29개사, 지난해 40개사로 늘었다. AFA 조항이 적용되면 높은 관세가 매겨진다. 지난해 AFA가 적용되지 않은 기업들의 평균 반덤핑 관세는 20.1%였지만 AFA가 적용된 기업들은 100% 이상이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