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면세점 사업자 선정 논란… 롯데, 최고가 써 내고도 탈락
롯데가 반납한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면세점 사업자 선정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입찰에 다시 참여한 롯데가 4개 입찰 참여 업체 중 가장 높은 임대료를 제시하고도 탈락하고 신세계와 신라 면세점이 복수 후보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과거 관세청의 점수 조작으로 불이익을 받기도 한 롯데는 “납득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공항면세점 운영권을 중도에 반납한 ‘전력’으로 인해 “괘씸죄에 걸렸다”고 주장한다.

◆롯데, 5년간 1.7조 임대료 제시

이번 논란의 단초는 롯데가 제공한 측면이 있다. 같은 면세점 자리에서 임대료 부담이 너무 커 “못하겠다”고 철수하기로 한 뒤 “다시 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롯데는 2015년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사업권을 따낸 뒤 가장 넓은 4개 구역에서 면세점을 운영했다. 하지만 면세점 운영 2년 만인 작년 한 개 구역(DF3)을 제외한 나머지 3개 구역(DF1 DF5 DF8) 영업권을 자진 반납하기로 했다.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관광객이 급감하자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서다. 롯데는 인천공항에서 지난 2년간 약 2000억원의 적자를 냈다. 롯데는 중도 포기 이전 “임대료를 확 낮춰달라”고 공항공사에 요구했고, 공항공사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올 2월 계약 해지에 따른 위약금 1870억원을 물고 오는 7월 철수를 결정했다.

공항공사가 지난 4월 3개 구역의 입찰 절차를 개시하자 롯데는 다시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공항공사가 최저 수용액을 기존 대비 30~48% 대폭 낮춘 게 재입찰을 결정한 계기였다.

지난달 30일 열린 입찰에선 롯데는 기존 DF1 구역과 DF8 구역을 묶은 곳(현 DF1)의 임대료로 연 2805억원을 써냈다. 신세계(2762억원) 신라(2202억원) 두산(1925억원)보다 높았다. DF5 구역도 롯데가 제시한 임대료가 688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롯데가 제시한 임대료는 연간 총 3493억원, 5년간 1조7465억원에 달했다. 이는 신라가 써낸 5년간 1조3490억원보다 약 4000억원 많다. 공항공사로선 최대 4000억원의 손해를 감수한 셈이다.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자 선정 논란… 롯데, 최고가 써 내고도 탈락
◆“괘씸죄”vs“평가 공정”

이번 입찰 평가는 사업제안(비중 60%)과 임대료(40%) 두 가지 항목으로 이뤄졌다. 이 가운데 임대료 부문은 1위 사업자가 만점(40점)을 받는 구조다. 평가표대로 계산하면 DF1 구역 점수는 롯데(40점) 신세계(39점) 신라(31점) 두산(27점) 순이다. 사업제안 점수는 알려지지 않았다. 사업 중도 포기 감점(-3점)을 감안할 때 롯데가 신라에 비해 15점 이상 뒤처졌다는 얘기다.

롯데는 이 같은 결과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반발하고 있다. 브랜드 유치, 매장 운영, 경영 상태, 투자 계획 등이 사업제안 평가의 세부 항목인데 이 분야에서 롯데는 국내 1위, 세계 2위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애초부터 떨어뜨리려 하지 않았다면 이런 결과가 나오기 힘들다”며 “공정거래위원회 제소, 감사원 감사 신청, 법원 소송 등을 제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공항공사 측은 평가가 공정하게 이뤄졌다고 반박했다. 공항공사 관계자는 “롯데의 사업제안서가 상대적으로 부실해 탈락한 것으로 안다”며 “평가는 절차대로 공정하게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롯데가 다시 입찰에 들어온 것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롯데가 사업자로 선정됐다면 더 큰 논란이 불거졌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