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정치 불안으로 금융 시장이 요동치면서 유럽중앙은행(ECB)이 테이퍼링(양적 완화 축소) 행보에서 속도 조절을 할지 주목된다.

특히 ECB 총재인 마리오 드라기는 모국인 이탈리아의 위기를 눈앞에 두고 고민이 깊어지게 됐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31일(이하 현지시간) 진단했다.

보도에 따르면 ECB는 당초 2조4천억 유로에 달하는 양적 완화 프로그램을 올해 종료하고 내년 중반께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할 것으로 관측됐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유로존 성장세가 강력하고, 정치도 순조로울 것이란 전제가 유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1분기 성장세가 둔화했고, 이탈리아의 정치 불안으로 탈(脫) 유럽연합(EU) 공포까지 겹치면서 ECB는 테이퍼링 시간표에 돌발 변수를 떠안게 됐다.

노무라의 한 경제 전문가는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ECB가 더 조심스러운 행보를보일 것"이라면서 "현재로써는 ECB가 금리 인상을 2019년 9월 시작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CB가 이탈리아 상황에 어떻게 대응할지도 딜레마다.

'이탈렉시트'(이탈리아의 유로존 이탈)의 리스크 속에 투자자들이 이탈리아 은행에서 예금을 빼가는 등 더 큰 우려가 촉발될 수 있어서다.

ECB가 손에 쥔 카드는 무제한으로 국채를 사들이는 전면적 통화 거래(OMT) 프로그램 등이 있다.

하지만 이탈리아가 유럽연합(EU) 통제 아래 재정 프로그램을 운용하는 데 합의해야 한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이 작다.

ECB가 2015년 3월 양적 완화 프로그램을 시작해 지금까지 사들인 이탈리아 국채는 3천410억 유로 규모이며, 지금도 매월 40억 유로 정도를 매입하고 있다.

그러나 오는 9월 ECB가 신규 채권 매입을 점진적으로 축소하겠다고 발표한다면 이탈리아 채권 시장에도 악재가 된다.

드라기 ECB 총재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그는 이탈리아 중앙은행 총재를 지내다 2011년 ECB 총재로 올랐다는 점에서 유로존 경제 규모 3위인 이탈리아 상황에 어느 선까지 개입할지 고민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미 이탈리아 현지 매체들은 드라기 총재와 이탈리아 중앙은행 관료들이 세르지오 마타렐라 대통령을 만난 것으로 지난 29일 보도했다.

이 회동은 마타렐라 대통령이 반(反) EU 성향인 파올로 사보나를 경제 장관으로 거부하기에 앞서 이뤄졌다.

이탈리아 중앙은행은 마타렐라 대통령의 거부 결정에 연루되지 않았다고 부인한 상황이다.
이탈리아 리스크로 ECB도 고심… "테이퍼링 늦출 수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