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View & Point] 굴뚝기업과 디지털기업?… 바보야, 문제는 데이터야!
며칠 전 넷플릭스의 시가총액이 장중 한때 디즈니를 추월했다고 해서 화제가 됐다. 물론 종가 기준으로 다시 디즈니가 넷플릭스를 누르긴 했지만, 업계에서는 곧 넷플릭스가 디즈니를 제치고 세계 1위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올라설 것으로 예측했다. 전통적 굴뚝 기업들이 디지털 기업에 무너지는 사례는 새로울 것도 없고, 이제 너무 익숙해서 호들갑을 떨 이유도 없을 것 같은데 왜 화제가 됐을까? 아마 디즈니를 단순한 전통 기업보다는 콘텐츠 기업,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생각하지 않았을까? 전통 굴뚝 기업과 디지털 기업을 가르는 차이는 무엇일까?

최근 디즈니에서 개봉한 ‘어벤져스 인피니트 워’는 한국에서도 10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고, 첫 주말 기준 역대 세계 1위의 흥행 수입을 올렸다. 지난 2월 개봉한 ‘블랙 팬서’도 북미 흥행 수입 역대 3위라는 대히트를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 5월8일 기준 디즈니 주가는 올 들어 8% 정도 하락했다.

업계에서는 디즈니도 넷플릭스처럼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해서, 1회적인 극장 수입이 아니라 안정적인 수익 기반의 멤버십 서비스로 전환해야 주가가 올라갈 수 있다고 얘기한다. 디즈니 스스로도 내년부터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하고, 밥 아이거 디즈니 최고경영자(CEO)도 그곳에 큰 기회가 있다고 얘기하고 있다. 그러나 디즈니가 비디오 스트리밍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면 거기에 기회가 있을까?

넷플릭스는 1997년 설립 이래 지속적으로 경쟁자들을 넷플릭스트(기존 시장의 강자들을 몰락시킨다는 의미의 ‘아마존드’와 비슷한 용어)해왔다. 최초 DVD 대여업을 할 때는 블록버스터를, 2007년 비디오 스트리밍으로 사업 모델을 변경했을 때는 아마존의 언박스를, 그리고 2013년 첫 오리지널 콘텐츠인 ‘하우스 오브 카드’를 제작했을 때는 디즈니 등 기존 콘텐츠 제작자들을 따돌렸다.

이런 지속적 성공의 이면에는 데이터의 활용이 있다. 고객 데이터를 활용해 시네 매치 서비스 알고리즘을 만들어 DVD의 회전율을 높임으로써 블록버스터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비디오 스트리밍 시장에서도 이미 시장에 진출해 있었고, 콘텐츠 양에서 압도적이었던 언박스를 시네 매치를 활용한 높은 고객 만족도를 통해 이길 수 있었다.

그리고 하우스 오브 카드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도 고객 데이터를 활용해 데이비드 핀치 감독, 케빈 스테이시 주연이라는 성공 방정식을 도출해 한 편 두 편씩 만들던 제작 관행을 깨고 시리즈 전편을 한 번에 개봉해 ‘폭식 시청’이라는 새로운 시청 트렌드를 만들 정도로 데이터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은 이제 정보기술(IT) 시대는 저물고 데이터 테크놀로지(DT) 시대가 올 거라고 말한다. 데이터는 21세기 원유로서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가 될 것이다. 전통 굴뚝 기업과 디지털 기업을 가르는 기준은 데이터가 될 것이다.

넷플릭스는 지속적으로 환경 변화에 따라 비즈니스 모델을 변화해왔다. 그러나 그 변화 뒤에는 데이터가 있었고, 그 데이터를 활용하는 알고리즘이 있었고, 집요할 정도의 데이터에 대한 집착이 있었다. 디즈니가 단순히 스트리밍 사업에 진출한다고 해서 좋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가질 수는 있지만 확신을 갖기 어려운 이유가 거기에 있다.

스트리밍 뒤에 무엇이 있는가? 디즈니는 집요할 정도로 데이터에 집착하는가? 비즈니스 모델 변화 전에 데이터 기업으로의 변신이 있어야 우리는 디즈니의 변화에 확신을 가질 수 있다.

전창록 <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