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 사고 증가로 불안감 가중...소비자 인식 제고 중요성 부각돼
-美 소비자단체, "테슬라. '오토파일럿' 명칭 부적절" 지적도


세상에 완벽한 기술은 없다. 다만 발전된 기술과 시스템을 통해 인간의 실수(human error)에 따른 위기를 예측·관리하도록 노력할 뿐이다. 물론 차가 스스로 판단하고 도로 위를 달리는 자율주행기술은 교통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이고 고질적인 교통체증 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유망한 분야로 여겨진다. 자동차 회사들이 자율주행차 상용화 시점을 2020년 전후로 공언하고, 부분 자율주행기술들이 양산차에 속속 적용되면서 자율주행차에 대한 기대감 역시 커지는 중이다.
[하이빔]자율주행차가 안전? '여전히 두렵다'

그런데 자율주행차에 대한 여론이 최근 심상치 않다. 특히 미국 소비자들이 자율주행차에 대한 '공포'가 기술의 발전과 무관하게 시간이 지날수록 커지고 있다며 경고에 나섰다. 이는 양산을 눈 앞에 두고 벌어지는 자율주행차 인명사고와 무관하지 않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먼저 자율주행차 도입에 나선 나라다. 글로벌 기업들이 샌프란시스코를 비롯해 미국 내 도로 위에서 자율주행 실증 실험에 나서고 있다. 전기차 제조사인 테슬라도 부분 자율주행기술 패키지에 '오토파일럿'이란 명칭을 붙이면서 일반 소비자도 어느 정도 '스스로 움직이는 자동차'에 익숙해진 모습이다.

그런데 최근 '오토 세이프티'와 '컨슈머 워치독' 등 미국 내 자동차 관련 소비자단체가 연방무역위원회(FTC)에 '오토파일럿'이란 명칭에 문제가 있다는 내용의 서신을 전달해 이슈가 됐다. 해당 서신엔 테슬라가 레벨2 수준의 부분 자율주행 패키지를 판매하면서 소비자들이 완전 자율주행차로 오해하기 쉬운 이름을 붙인 것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설명서나 경고문 등을 통해 운전자 부주의에 따른 사고 발생 시 회사는 책임이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 만으로는 운전자 보호가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하이빔]자율주행차가 안전? '여전히 두렵다'

두 소비자단체는 오토파일럿의 안전성도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테슬라는 2017년 도로교통안전국(NHTSA)의 보고서를 근거로 오토파일럿이 사고를 40%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지만 이달 초 NHTSA는 오토파일럿의 효과에 관한 평가를 진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현재로선 테슬라의 오토파일럿이 교통사고를 줄여준다는 공신력 있는 근거가 존재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전미자동차협회(AAA)가 올해 시행한 소비자조사도 의미심장하다. 자율주행차의 기술발전과 무관하게 소비자들이 자율주행차를 실제 생활 속에 받아들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보여주고 있어서다. AAA의 조사에 따르면 2017년 말 미국 운전자 중 63%가 ‘자율주행차가 무섭다’고 응답했다. 그리고 채 반년도 되지 않아 부정적인 응답자는 73%까지 증가했다. 올해 우버와 테슬라 자율주행이 일으킨 두 건의 사망 사고가 미국 소비자들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 시사하는 대목이다.

자율주행차에 대한 회의론은 새로운 기술에 거부감이 적은 젊은 소비층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같은 조사에서 2000년대 이후 출생한 밀레니얼들은 지난해 말 극소수만이 자율주행차에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그러나 올해는 '자율주행차가 무서워서 탑승할 수 없다'고 응답한 비율이 64%까지 급증했다.

그럼에도 각 국의 자율주행차 실증 주행 데이터는 여전히 사람보다 인공지능이 교통사고 예방 효과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016년부터 자율주행차가 실제 도로 위를 부분적으로 주행하는 중이다. 연구 목적으로 주행이 허용된 자율주행차들은 아직까지 단 한건의 사고도 일으키지 않았다.

그러나 사람이 아닌 기계가 운전을 제어하며 일으킨 사고는 단 한 건이라도 큰 반향을 일으킨다. 즉, 똑똑한 자율주행차가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두려움의 대상이 될 수 있으며, 이런 위협 요소가 생활 공간 안에 공존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지금도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은 자율주행차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몇 건의 사고가 기술 개발의 속도를 늦추진 못할 만큼 행보도 빠르다. 특히 누적된 자율주행차의 실증 주행 데이터가 많아질수록 개발 속도가 빨라진다.

사실 자율주행이 도로 위 사고를 '0'으로 만들어 줄 전지전능한 기술은 아니다. 그럼에도 사고를 극단적으로 줄이는 효과를 이미 검증되고 있다. 따라서 문제는 자율주행차의 기술 개발 속도와 실제 소비자들의 인식 간 괴리를 좁히는 일이다. 이 간극은 기술적인 문제 이상으로 자율주행차 보급을 막는 가장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자동차 회사들의 기술 개발 속도만 빠르다고 자율주행이 곧 눈 앞에 펼쳐질 것으로 기대한다면 빙산의 일각만 보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뜻이다.

안효문 기자 yomun@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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