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경제 컨트롤타워 논란에 불을 지폈다. 앞으로 경제 문제에 관한 정부 내 논의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주도하기로 했다고 브리핑하면서다. 논란이 일자 청와대는 뒤늦게 해명하며 수정했지만 오히려 논란만 키우는 꼴이 됐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9일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가계소득 동향 점검회의가 끝난 뒤 “앞으로 장 실장이 주도해 관련 부처 장관들과 함께 경제 전반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하고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회의를 계속 개최해나가기로 했다”고 브리핑했다. 이날 회의에는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참석했지만 김 대변인은 장 실장의 역할에 ‘방점’을 찍는 듯한 설명을 내놓은 것이다.

장 실장이 경제 관련 논의를 주도한다고 명시적으로 밝힌 것은 그간 정부가 김 부총리를 경제정책의 컨트롤타워로 정한 것과 배치된다. 장 실장은 김 부총리의 취임 초기인 작년 6월 김 부총리가 주재한 경제현안 간담회에 참석해 “부총리가 경제 중심이라는 것을 국민에게 알려드리기 위해 부총리 집무실에 온 것”이라며 김 부총리 손을 들어줬다.

김 대변인의 발언은 최근 김 부총리와 장 실장이 현안을 두고 서로 다른 견해를 밝히는 등 의견차를 보이는 와중에 나왔다는 점에서 여러 의미를 담은 것으로 해석됐다. 장 실장은 지난 15일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고용에 악영향을 준다는 의견을 반박하며 “지난 3월까지의 고용 통계를 갖고 여러 연구원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고용 감소 효과가 없다는 것이 현재까지 내린 결론”이라고 했다.

반면 김 부총리는 “경험이나 직관으로 봐서는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이나 임금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특정 연도를 목표로 최저임금을 올리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거나 쉽지 않다면 신축적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 관가에서는 김 대변인의 브리핑 이후 “장 실장이 경제정책의 전면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방선거 이후 있을 개각 대상에 김 부총리도 포함되는 것 아니냐” 등의 추측이 나돌았다. 논란이 증폭되자 김 대변인은 “오해의 소지가 있는 듯해 ‘앞으로 장 실장이 주도해~’란 표현은 ‘장 실장과 관련 부처 장관들이 함께~’로 수정하겠다”고 기자들에게 알려왔다.

이태훈/조미현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