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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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는 '신용'사회입니다. 100원짜리 하나 없어도 카드 한 장이면 어디서든 물건을 살 수 있죠.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신용카드 발급량은 1억22만장에 달합니다.

신용카드 발급량이 1억장을 돌파한 것은 지난 2013년말 이후 처음입니다. 쉽게 말하면 국민 1명당 2장인 셈이고, 미성년자를 제외하면 1인당 3~4장은 갖고 있다는 뜻이죠.

발급 장수만큼이나 종류도 다양합니다. 저렴한 연회비에도 필요한 혜택만 골라 사용할 수 있는 맞춤형 카드도 있는 반면 수십만원의 연회비를 내는 대신 비행기 좌석 업그레이드 등 보다 고급스런 혜택을 제공하는 프리미엄 카드도 있습니다.

그 중에도 아무나 발급받을 수 없다는 'VVIP 카드'는 늘 사람들의 관심을 끕니다. 수백만원에 달한다는 연회비부터 그 연회비가 아깝지 않은 혜택, 가입하고 싶다고 가입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심사 과정까지 말이죠.

VVIP카드는 대부분 신청제가 아닌 초청·심사제로 운영됩니다. 기존 회원이 신규 회원을 초청하고, VVIP 심사위원회의 심사를 통과해야 하죠. 내가 100만~250만원에 달하는 연회비를 내겠다고 해도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발급받을 수 없다는 뜻입니다.

물론 VVIP카드가 제공하는 혜택을 보면 연회비가 아깝지 않을 정도입니다. 퍼스트 클래스 항공권 업그레이드·무료 비즈니스 항공권·특1급 호텔 무료 숙박·골프장 그린피 무료·여행과 쇼핑 컨설팅 등 일반 카드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카드사들이 VVIP카드에 제공하는 혜택이 너무나 컸던 나머지 당국이 이를 제지한 일도 있습니다.

지난 2012년 금융감독원은 카드사들에 VVIP카드의 혜택을 줄이라고 경고했습니다. VVIP카드의 적자 구조를 다른 부문, 예컨대 현금서비스나 카드론 등의 이자 수익으로 메우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죠. 금감원에 따르면 대부분의 카드사들이 VVIP카드 운영으로 수억원의 적자를 봤습니다.

이들 VVIP 회원이 각 카드사당 수백명에서 수천명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들에게 주어지는 혜택이 일반 카드 이용자에 비해 훨씬 많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카드사들은 여전히 VVIP카드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알짜 카드'로 불리던 혜택 많은 일반 카드들이 비용 부담을 이유로 속속 단종되고 있는 것과는 사뭇 다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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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왜 카드사들은 적자라는 VVIP카드를 포기하지 못하는 걸까요.

카드사들은 단순히 연회비 대비 혜택으로 VVIP카드의 이익과 손실을 이야기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연회비 대비로 말하자면 연회비가 없거나 1만원 수준인 대다수의 카드야말로 혜택이 훨씬 많은 것"이라며 "연회비보다 많은 혜택을 제공하는 것은 적자경영이 아니라 당연한 서비스"라고 항변했습니다.

VVIP카드의 혜택이 특별히 불공정한 것이 아님에도 수백만원의 연회비 때문에 부각되는 것이라는 해명입니다.

또한 카드 이용 규모가 일반 카드 사용자보다 훨씬 크고 안정적인 것도 VVIP 회원을 확보하는 이유입니다. 연간 카드 사용액이 최소 수천만원에서 수억원 이상인 VVIP 회원들은 카드사에 안정적인 매출을 가져다 주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죠.

이들은 대부분 여러 장의 카드를 사용하기보다는 하나의 카드만을 사용하는 경향이 높다고 합니다. 연체 리스크도 낮고 사용 패턴이 불황에도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 편입니다.

'무형의 효과'도 포기할 수 없습니다. VVIP카드가 단순히 재산뿐만이 아닌 사회적 명망 등을 고려하는 이유죠.

셀러브리티나 인기 스타가 자사 VVIP 카드를 사용하는 것은 주변 사람들에게 막대한 홍보 효과가 있다는 겁니다.

이쯤 되니 카드사가 VVIP 회원들을 애지중지하는 이유도 알 만하네요.


김아름 한경닷컴 기자 armij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