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구조조정 여파에 서비스업 부진까지…악재 산적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일시적 부작용' 관측도


정책팀 = 올해 1분기 저소득층 소득이 사상 최대 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을 둘러싼 회의론에 불이 붙었다.

제조업 구조조정으로 당장 고용 상황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데다가 영세 서비스업도 회복이 더뎌서 빈곤층 문제가 더 악화할 것이란 우려마저 나온다.

반면 1분기 소득 지표 악화는 최저임금 급격한 인상에 따른 일시적 부작용이라는 반론도 있다.

최저임금 인상이 저소득층의 소득 기반을 확충해 내수·경기 개선으로 이어지기까지 시간이 필요한 만큼, 당장 정책 성패를 단정 짓기는 이르다는 것이다.
확 쪼그라든 빈곤층 소득… 개선 가능성 '갑론을박'

◇ 겹겹이 쌓인 구조적 악재…"당장 상황 개선 어렵다"

27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소득 하위 20%(1분위) 가구의 명목소득은 2003년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후 가장 큰 폭(-8.0%)으로 줄었다.

특히 근로소득이 1년 전보다 13.3%나 감소한 탓이 크다.

근로소득 감소율도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소득 지표는 노인, 1·2인 가구 등 사회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집중적으로 악화됐다.

1분위 가구주 10명 중 4명 이상은 70세 이상 고령층으로 추정됐다.

중산층에 속하던 70세 이상 가구주들이 소득이 줄면서 1분위로 추락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1인 가구는 소득이 0.2% 늘어나는 데 그쳤다.

물가 상승률을 고려한 실질소득은 뒷걸음질을 쳤다.

2인 가구 소득은 3.1% 줄어들며 6분기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경제 기반이 아직 안정되지 못한 신혼부부, 자식을 출가시킨 은퇴 부부가 대다수다.

정부가 추진하는 소득주도성장이 성공할 수 있으려면 악화한 빈곤층 소득 지표 개선이 최우선 과제다.

문제는 소득을 견인할 고용을 당장 개선할만한 호재를 찾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수년간 계속된 조선업 구조조정에 더해 최근 한국GM 사태 등 자동차 산업까지 흔들리는 징후가 나타나면서 국내 제조업발 고용 한파도 본격화하고 있다.

제조업 취업자가 10개월간 계속된 증가세를 멈추고 지난달 6만8천 명이나 줄어든 것은 이런 위기 상황을 보여준다.

올해부터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들인 에코 세대가 본격 노동시장에 뛰어들면서 일자리 경쟁도 날로 심화하고 있다.

1인 가구 증가, 중국인 관광객 감소 영향으로 음식·숙박업 등 영세업종을 중심으로 서비스업 경기가 수년째 침체인 점도 낙관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김광석 한양대 겸임 교수는 "저소득층 소득이 줄어든 데는 고용이 영향을 미쳤다고 봐야 한다"라며 "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는 상황을 생각하면 취약계층의 상황이 나아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확 쪼그라든 빈곤층 소득… 개선 가능성 '갑론을박'

◇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반짝' 부작용 가능성도

1분기 빈곤층 소득 감소는 최저임금의 가파른 상승에 따른 일시적 요인이 큰 만큼 시간이 지나면 안정을 찾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고용주를 포함한 경제 주체들이 바뀐 비용에 맞게 경제 활동 패턴을 바꾸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경제부처 장관까지 발 벗고 나설 정도로 정부가 홍보에 전력을 다했음에도 일자리 안정자금 신청이 속도를 내지 못한 것도 이런 속성과 관련이 있다.

실제로 지원 대상 75% 수준인 170만여 명의 영세 자영업자들이 일자리 안정자금을 신청하기까지 4개월이 꼬박 걸렸다.

과거에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상승한 뒤 소득 감소 현상이 나타났다가 약 반년 만에 안정을 찾은 사례도 있다는 점은 이런 '반짝' 부작용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

최저임금이 12.3% 올랐던 2007년 1분기 1분위 가구 근로소득은 4.1%나 감소했다.

전체 가구 근로소득이 7.7%나 상승한 점에 비춰보면 당시 1분위 가구 근로소득 감소는 이례적으로 큰 폭이었다.

1분위 가구 근로소득은 2분기에도 5.5% 줄었지만 3분기 들어 8.2%나 껑충 뛰었고 4분기에는 10.1%로 상승 폭을 확대했다.

특히 3분기와 4분기에 1분위 근로소득 상승 폭은 전체 가구 상승 폭(7.8%·5.4%)을 모두 상회했다.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2월 "2007년 당시 사업주들의 부담이 괜찮아지는데 6개월 정도 걸렸다"며 일시적 부작용을 예고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문제는 향후 최저임금 인상 속도다.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올해 수준으로 밀어붙이면 일용직의 노동시간 감소, 실업 증가 등 부작용이 더 오래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20년 최저임금 1만 원' 공약을 두고 "신축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며 속도 조절론을 들고나온 것도 이런 고민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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