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크루그먼 "신흥국 위기상황 1990년대 닮은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사진)가 최근 통화가치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는 신흥국들 상황이 1990년대 후반 아시아 경제위기와 닮았다고 진단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23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터키(리라화 통화가치)는 자유 낙하하고 있고, 아르헨티나도 사정이 좋아 보이지 않는다”며 “신흥국 시장에선 예전에 아시아에서 봤던 통화·금융위기 조짐이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신흥국 통화가 하락하자 현지 기업의 (통화로 환산한) 외채 규모가 부풀어 올랐고, 이는 신흥국 경제에 부담을 초래해 더 심한 통화가치 하락으로 이어져 위기를 증폭시켰다”고 설명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1990년대 초·중반 아시아의 호황은 생산 과잉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지적하며 3~4년 후의 외환위기를 예견한 것으로 유명하다.

크루그먼 교수는 “신흥국 정부는 기준금리를 대폭 인상하며 환율 방어에 나섰는데, 그 이면에는 지난 10년간 엄청나게 늘어난 기업들의 부채가 도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까지는 경제 위기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더 이상 그런 말은 못 하겠다”고 덧붙였다.

금융업계와 학계에선 신흥국 경제에 대한 어두운 전망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카르멘 라인하트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 17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10년간 금융시장이 1990년대보다 더 글로벌화된 데다 주요 선진국의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신흥국들은 막대한 외채를 지게 됐다”며 “미국 금리가 계속 오른다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더 큰 여파가 몰려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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