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업계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를 통과한 ‘생계형 적합업종 특별법’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법률 취지가 훼손되지 않기 위해 보호 대상을 한정하고 지정 기준도 명확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는 24일 “업종 신청 주체를 소상공인 단체로 한정하고 있지만 규제 대상은 중견·대기업”이라며 “규제를 받지 않는 일정 규모 이상의 중기업에 혜택이 집중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견련은 이 같은 주장의 근거로 적합업종제도와 비슷한 ‘중소기업자 간 경쟁제도’ 등 운용 실태에 관한 2016년 감사원 감사보고서를 제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중소기업자 간 경쟁제품’ 계약업체 1만1513개 중 상위 10% 업체가 전체 납품금액의 77.2%, 상위 20% 업체가 90.2%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중소기업자 간 경쟁제품제도는 중소기업의 성장을 돕기 위해 공공조달시장 참여를 중소기업으로 제한했지만 소수 기업에만 혜택이 집중되는 부작용이 있다고 지적했다.

중견련은 특별법에 명시된 ‘생계형 적합업종’의 정의 및 지정 기준도 문제라고 밝혔다. ‘다수의’ ‘현저하게’ 등 불명확한 표현이 사용돼 적합업종을 지정할 때 심의위원회의 자의적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크다는 설명이다.

중견련은 “생계형 적합업종 위반 기업에 부과하는 ‘이행강제금’이 기업 존폐에 큰 영향을 미칠 중복적이고 과도한 제재 조치”라며 반드시 삭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고 위반사실을 공표하도록 한 데다 매출의 5% 이내에서 이행강제금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중견련은 특별법이 업종 지정 기간을 5년으로 명시했지만 재지정 횟수에 제한을 두지 않아 동반성장위원회의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와 함께 중견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이중고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특정 업종을 전문화한 중견기업은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이 기업의 생존을 위협하는 직격탄이 될 수 있어 규제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규태 중견련 전무는 “소비자 후생을 희생하면서 만든 법안인 만큼 골목상권을 보호하겠다는 법안 취지를 명확히 살려 업종 선정 및 운영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