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화장품 대세가 된 K뷰티
(2) 유통업체, 중소 브랜드 키우는 '인큐베이터'로

정글서 살아남은 브랜드 엄선
남다른 제품 찾는 유통업체
온라인서 입소문 난 화장품 찾아
전문 MD 검증 거친 뒤 입점시켜

중소브랜드-유통업체 '윈윈'
에이바자르·헉슬리·마녀공장 등
올리브영·시코르 입점 후 폭풍성장
인지도 기반으로 해외수출 확대
유통업체 매출 효자로 '선순환'
서울 강남역 신세계백화점의 시코르 플래그십 매장에서 소비자들이 폴라로이드 사진촬영 이벤트에 참여하고 있다.

서울 강남역 신세계백화점의 시코르 플래그십 매장에서 소비자들이 폴라로이드 사진촬영 이벤트에 참여하고 있다.

신생 화장품 브랜드 ‘에이바자르’는 김은성 대표(34)가 이중턱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2016년 설립한 브랜드다. 여자 입장에서, 실제 고민을 담아 귀에 거는 턱 리프팅 특화 마스크팩을 만들었다. 출시 3개월여 만에 1차 생산분인 50만 장이 완판되는 등 주목을 끌었지만 매출 증가세는 지속되지 못했다. 지난해 5월 헬스&뷰티(H&B)스토어 CJ올리브영에 입점하면서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 올리브영 입점 후 1년간 매달 50%씩 매출이 늘었다. 지난달 홈쇼핑에도 론칭했다. 연내 미국 일본 태국 러시아까지 수출이 성사될 것으로 회사 측은 예상한다.

‘SNS 스타’ 발굴 공 들이는 유통업체

K뷰티 브랜드들이 약진하는 배경엔 올리브영 같은 H&B스토어와 백화점들이 있다. 매일 5개 이상 생겨나는 국내 화장품 브랜드들은 1만 개가 넘는다. 치열한 경쟁을 통해 유통업체의 ‘선택’을 받아 성장의 발판을 마련한다. 유통업체는 차별화된 신생 브랜드를 키워 매출 증대를 꾀할 수 있다. 온라인에서 소비자들에게 선택받은 브랜드들을 전문 바이어(MD)들이 다시 한번 검증하고 판로를 제공해주면서 ‘될성부른 떡잎’을 발굴해주는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고 있다.
◀서울 강남역 신세계백화점의 시코르 플래그십 매장에서 소비자들이 
    폴라로이드 사진촬영 이벤트에 참여하고 있다.

◀서울 강남역 신세계백화점의 시코르 플래그십 매장에서 소비자들이 폴라로이드 사진촬영 이벤트에 참여하고 있다.

K뷰티의 성장은 ‘온라인 마케팅→오프라인 유통채널 확보→브랜드 인지도 상승→해외 수출’로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가 바탕이 됐다는 분석이다.

로레알에 6000억원에 팔리며 ‘K뷰티 붐’을 일으킨 뷰티·패션업체 스타일난다도 이런 과정을 거쳤다. 롯데백화점은 2012년 9월 소공동 본점 영플라자에 스타일난다를 입점시켰다. 백화점이 온라인에서 유명한 패션·뷰티 브랜드에 상설매장을 열어준 건 처음이었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몰려와 물건을 싹쓸이했다. ‘온라인 스타’였던 스타일난다가 ‘백화점 브랜드’ 타이틀까지 달고 급성장한 계기였다.

롯데는 지난해 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브랜드 발굴을 전담하는 ‘인플루언서 커머스 프로젝트팀’을 신설했다. 백화점 중 처음으로 본점 2층에 ‘듀이듀이’ ‘핀블랙’ ‘갈롱드블랑’ 등 SNS 인기 브랜드만 모아 판매하는 편집숍 ‘아미마켓’을 여는 등 SNS 스타 발굴에 공을 들이고 있다.

2013년 설립된 화장품 브랜드 헉슬리는 신세계의 화장품 편집숍 ‘시코르’가 키운 유망주다. 헉슬리의 ‘브라이틀리 에버 애프터 에센스’는 2016년 12월 시코르에 입점한 뒤 말레이시아 일본 중국 미국 멕시코로 수출하기 시작했다. 지난 2월엔 주요 H&B스토어에 입점했고 백화점에 단독매장도 열었다. 헉슬리를 운영하는 노드메이슨 매출은 시코르 입점 후 5배 늘어났다. 신세계 시코르에 입점한 브랜드의 절반은 중소 브랜드다. 헉슬리를 포함해 젤네일 브랜드 ‘다이애나젤팁’, 천연 자연주의 화장품 ‘디어달리아’ ‘라곰’ 등이 시코르를 통해 처음으로 오프라인 판로를 열었다.

치열한 경쟁구도에서 성장

전국 주요도시 상권에 포진해 있는 H&B스토어는 K뷰티의 인큐베이터에 그치지 않고 해외 진출을 위한 훈련소 역할을 한다. 올리브영 랄라블라 롭스 등이 그들이다. 전국에 1300여 개 점포망을 두고 있다. H&B스토어들은 온라인상에서 입소문 난 곳 가운데 제품력과 저력을 갖춘 브랜드를 엄선한다.

입점이 성사된 곳들은 다시 한번 매장 안에서 유수의 국내외 브랜드들과 경쟁한다. 치열한 경쟁으로 마지막에 소비자에게 선택을 받아 매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면 이것이 또 하나의 성적표가 돼 다시 매출이 늘어나는 선순환이 이뤄진다. 업계 관계자는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 정글의 법칙이 100% 적용되는 게 바로 K뷰티 시장”이라며 “이것이 바로 글로벌 경쟁력의 원천”이라고 강조했다.

에이바자르뿐만 아니라 색조브랜드 ‘블리블리’, 자극은 없으면서 효과가 좋은 워터헤어팩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제이숲’ 등도 같은 과정을 거쳤다. ‘셀퓨전씨 선크림’ ‘마녀공장 클렌징 제품’도 H&B스토어에서 매출 상위에 올랐다. 지난해 9월 올리브영 강남본점에 처음 입점한 블리블리는 ‘아우라 광채 쿠션’으로 쿠션 부문 4위에 올라섰다. 쿠션의 전통 강자인 클리오, 루나, 에이프릴스킨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성장한 것이다. 같은 시기 입점한 약국화장품 브랜드 셀퓨전씨의 ‘레이저 썬스크린’도 자외선차단제 부문 1위다. ‘좋은 성분’으로 잘 알려진 마녀공장은 지난해 10월 올리브영에 입점한 이후 올 3월 미국 아마존몰 입점이 성사되기도 했다.

랄라블라에서도 이렇게 발굴한 제이숲 ‘워터헤어팩’이 전체 부문 판매 1위를 차지했다. 롭스에서도 피지 제거와 피부결 정리를 도와주는 중소기업 필링패드 제품이 전체 매출 증가세를 견인할 만큼 인기를 얻고 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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