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입범위 조절·내년 최저임금 수준 논의 등에 미칠 영향 주목
전문가 "속도조절, 지역·업종 차등화, 산입범위 조절 3가지 방법 검토 필요"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둘러싼 논쟁이 가열되는 가운데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3일 속도 조절 가능성을 시사한 것은 급격한 인상으로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는 경영계와 영세 고용주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낳을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반복해 표현했다.

그간 정부는 이런 우려에 대해 일자리 안정자금 등 보완책으로 충격을 흡수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거나 현재의 최저임금이 근로자가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수준이라고 정당성을 부각해왔다.
김동연, 최저임금 우려고조에 속도조절 카드… "부작용대비" 신호
김 부총리 역시 이런 태도를 상당 기간 유지했다.

그는 지난달까지도 "최근 2∼3월 고용부진을 최저임금의 인상 영향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하는 등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을 애써 부인하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의 태도가 바뀐 것은 이달 중순 들어서다.

김 부총리는 이달 16일 국회에 출석해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고용과 임금에 영향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하면서 변화를 예고했다.

그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경제에 미치는 영향, 시장과 사업주의 어려움·수용성을 충분히 분석해서 목표 연도를 신축적으로 생각하면 좋겠다"며 발언 수위를 높였다.

문 대통령이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을 달성하겠다고 공약한 점에 비춰보면 최저임금의 영향을 무시하고 공약 이행을 무조건 고수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표명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이는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하기 위한 일련의 논의를 의식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내년 최저임금이 올해 못지않게 높은 수준으로 일단 인상되면 나중에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인한 부작용이 가시화하더라도 이에 대응하기 어려워질 것을 우려한다는 것이다.

김 부총리가 경제정책의 컨트롤 타워라는 점을 고려하면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나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논의 중인 정치권을 향해 앞으로 부작용이 커질 수 있는 상황도 고려하라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도 풀이된다.
김동연, 최저임금 우려고조에 속도조절 카드… "부작용대비" 신호
올해 시간당 최저임금이 지난해 6천470원에서 올해 7천530원으로 16.4% 인상된 후 영세 고용주가 많은 업종에서 고용 지표가 악화하는 등 부작용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고용시장에서 나타나는 상황 등을 염두에 둔 것이다.

예를 들어 음식점 및 주점업에 종사하는 상용 근로자는 올해 1분기에 작년 동기보다 1천598명(0.2%) 줄었다.

이 업종에서 상용근로자가 감소한 것은 2010년 4분기(-363명) 이후 29분기(7년 3개월)만이다.

음식점 및 주점업에서는 올해 1분기에 임시일용직이 증가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이라는 방향을) 돌리기에는 부담이 있겠지만, 고용시장의 충격이 너무 크다고 판단하면 (속도를) 그대로 유지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인상 속도 조절, 업종이나 지역에 따른 차등화, 산입범위 조정 등 3가지 가운데 한 가지를 택해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