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간판 기업들 사이에서 ‘엘리엇 포비아(공포증)’가 확산하고 있다. 미국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외국인 투자자와 힘을 합쳐 현대자동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잠정 중단’시킨 것이 계기가 됐다. 재계에선 현대모비스 지분율이 1.5%에 불과한 엘리엇의 공세가 결과적으로 ‘먹힌’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헤지펀드의 2차, 3차 공격이 언제든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되레 투기자본에 ‘멍석’을 깔아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법무부가 나서서 기업의 대주주 의결권을 제한하는 집중투표제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 등을 담은 상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공교롭게도 대부분 엘리엇의 요구와 맞닿아 있는 정책이다. 경제계에선 “한국 기업들이 투기자본의 놀이터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쏟아지고 있다.

장창민/김익환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