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창원에 있는 두산중공업 풍력조립장에서 근로자가 풍력발전기 조립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두산중공업 제공
경남 창원에 있는 두산중공업 풍력조립장에서 근로자가 풍력발전기 조립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두산중공업 제공
정부의 탈(脫)석탄·탈원전 정책으로 발전사업 일감이 줄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두산중공업이 신재생에너지 사업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초점은 해상풍력발전에 맞췄다.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건설 경험이 있어 수주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정부가 풍력발전에 대한 인센티브를 확대하기로 결정하면서 수익성 개선 기대감도 높아졌다.

◆해상풍력 사업성 높아져

두산중공업의 지난 1분기 연결기준 매출(3조5737억원)과 영업이익(3053억원)은 작년보다 각각 9.2%, 31.7% 증가했다.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이었다. 하지만 회사 임직원의 표정은 밝지 못했다. 자회사 두산인프라코어가 중국의 굴착기 판매 호조로 사상 최대 실적을 내면서 두산중공업(모회사) 실적을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두산중공업의 본업인 발전 플랜트는 수주 부진 여파로 1분기 매출(1조2650억원)과 영업이익(543억원)이 오히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7.8%, 21.8% 줄었다.

脫석탄·脫원전에 일감 뚝… 두산重, 해상풍력에서 '길'을 찾다
두산중공업은 반전의 기회를 해상풍력발전에서 모색할 방침이다. 정부 정책도 우호적으로 바뀌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확대하기 위해 해상풍력발전의 신재생공급인증서(REC) 가중치를 기존 1.5~2에서 2~3.5로 높이기로 했다.

국내 21개 석탄·원자력발전 사업자들은 의무적으로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 발전으로 일정량의 전력을 생산해야 한다. REC는 의무공급량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예컨대 REC 가중치가 2인 풍력 발전소가 2㎿h의 전력을 생산했다면 4㎿h의 신재생 발전을 한 것으로 인정해준다. 의무공급량을 초과한 전력은 다른 발전소에 팔아 수익을 낼 수도 있다. REC 가중치가 높은 신재생 발전일수록 사업성이 좋아지는 구조다.

정부는 2030년까지 전체 전력량의 20%를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기 위해 12GW 규모의 해상풍력 발전소를 건설한다는 목표다. 현재 운영 중인 해상풍력 발전소는 0.038GW에 불과하다. 매년 1GW 이상의 풍력발전기가 발주될 것으로 업계가 기대하는 이유다. 해상풍력발전은 육상풍력발전의 단점으로 꼽히는 소음 민원 문제에서도 자유롭다. 민가에서 멀리 떨어진 데다 바닷바람과 파도 소리가 발전기 돌아가는 소리를 잡아주기 때문이다.

두산중공업은 국내 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해상풍력발전 사업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는 작년 11월 제주 현경면 인근 해역에 30㎿ 규모의 국내 최대 풍력단지인 ‘탐라해상 풍력발전단지’를 준공했다. 여기에 자체 개발한 3㎿급 풍력발전기 10기를 설치해 8만5000㎿h의 전력을 생산한다. 2만4000여 가구가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규모다. 작년 5월엔 현대일렉트릭으로부터 5.5㎿ 해상풍력발전 기술까지 인수해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렸다.

◆ESS 수주도 잇달아

두산중공업은 해상풍력발전 확대가 또 다른 사업부문인 에너지저장장치(ESS)의 수주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날씨 문제로 출력이 일정하지 않은 풍력과 태양광 같은 신재생에너지는 ESS를 통한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필수다.

두산중공업은 2016년 미국의 ESS 소프트웨어 원천기술 보유업체인 원에너지시스템즈를 인수해 두산그리드텍을 세웠다. 지난 13일 SK그룹의 발전 계열사인 SK E&S와 ‘전력수요 관리용 ESS’ 설비 공급계약도 맺었다. 지난달엔 미국 미시간주 칼라마주 변전소에 들어갈 ESS사업을 따내는 등 국내외에서 잇달아 수주 실적을 올리고 있다. 에너지시장 분석업체인 블룸버그뉴에너지파이낸스(BNEF)에 따르면 글로벌 ESS 시장 규모는 2019년 39억달러에서 2024년 82억달러로 두 배 이상 급성장할 전망이다. 박지원 두산중공업 회장은 “신성장동력인 해상풍력발전과 ESS 수주를 늘려 올해 매출 6조600억원과 영업이익 3030억원을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