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비상경영 100일

황각규 등 6인 부회장 현안 챙겨
총수 공백에도 차질 없이 이끌어
오너 결단 필요한 신규투자 '스톱'
中 롯데마트 매각 성공했지만… 진도 못나간 프로젝트 수두룩

롯데그룹의 비상경영위원회가 구성된 지 100일이 됐다. 지난 2월13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구속수감 직후 꾸려진 비상경영위원회는 총수 공백이라는 최악의 경영환경 속에서 재계 5위 롯데그룹을 차질없이 이끌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사진)을 중심으로 이원준 유통BU(사업부문)장, 이재혁 식품BU장, 송용덕 호텔&서비스BU장, 허수영 화학BU장, 민형기 컴플라이언스위원장 등 6명의 부회장단으로 구성된 비상경영위원회는 매주 화요일 회의를 열고 그룹과 계열사의 경영 현안을 챙기고 있다.

중국 롯데마트 매각과 유통부문의 온라인사업 투자계획 확정은 지난 100일의 성과로 꼽힌다. 투자액 3조원 규모의 선양프로젝트 공사가 아직 재개되지 않았지만 롯데는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의 늪에서 점차 벗어나는 모습이다.

다음달엔 글로벌 사업 확장을 위한 전략 워크숍도 연다. 황 부회장을 비롯한 롯데 계열사 사장 및 해외 법인장, 롯데지주 임원 등이 참석해 인도네시아 사업 전략을 논의한다. 인도네시아는 연간 11조원의 롯데그룹 해외 매출에서 17%를 차지하는 국가다.

롯데 관계자는 “비상경영위원회는 일상적이거나 계획된 일정을 중심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며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는 해외사업에 대한 의사결정은 미뤄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롯데 안팎에선 총수 공백이 장기화하면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한 국내외 신사업 투자가 차질을 빚을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신 회장은 그동안 해외 현장을 직접 확인하고 현지 행정수반이나 정·재계 인사 등을 두루 만나 신뢰를 쌓은 뒤 투자결정을 내린 경우가 많았다. 롯데가 인도네시아 베트남 미국 유럽 인도 미얀마 등에서 추진 중인 투자 규모만 100억달러에 육박한다.

한 롯데 계열사 대표는 “대규모 신사업 투자는 오너의 결단이 있어야 적기에 추진될 수 있다”며 “진도가 나가지 않는 프로젝트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롯데의 총수 공백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오는 10월 초 판가름 난다. 신 회장은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한 뇌물공여 혐의로 지난 2월 징역 2년6개월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앞서 경영비리 사건에선 징역 1년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최근 법원은 늦어도 10월 초 두 사건의 2심 선고를 내리겠다고 밝혔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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