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잠정 중단됐다. 현대차그룹은 오는 29일로 잡았던 현대모비스현대글로비스의 일부 사업부문 분할·합병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를 전격 취소했다. 미국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와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ISS 등의 ‘반대’에 발목이 잡히면서 주총 ‘표 대결’에서 이기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곧바로 다시 추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본지 5월21일자 A10면 참조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잠정 중단'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는 21일 각각 이사회를 열어 29일로 잡혀 있던 임시주총을 취소하기로 했다. 현대모비스를 분할해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한 뒤 ‘순환출자 고리’ 해소에 나서려던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은 당분간 물 건너가게 됐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시장의 고언을 겸허한 마음으로 검토해 반영하겠다”며 “심기일전해 기업가치를 향상시키는 방안으로 보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고 주주환원을 위한 선순환 구조를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현대차그룹이 임시주총을 포기한 직접적 이유는 표 대결에서 사실상 승산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의결권 자문사들의 잇단 반대 권고로 2대 주주인 국민연금(지분율 9.82%)까지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이 커진 상황을 반영했다는 후문이다. 외국인 주주(48.57%) 중 상당수는 이미 반대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은 시간을 두고 시장 반응을 살펴본 뒤 보완한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분할·합병 비율을 일부 조정하거나 현대모비스 분할법인을 먼저 상장한 뒤 나중에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장창민/도병욱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