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소속 조합원들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최저임금 산입 범위 확대를 반대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일부 조합원은 집회 금지 장소인 국회 정문 안으로 들어가 농성을 벌였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소속 조합원들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최저임금 산입 범위 확대를 반대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일부 조합원은 집회 금지 장소인 국회 정문 안으로 들어가 농성을 벌였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여당을 상대로 최저임금 산입 범위 확대 논의를 중단하지 않으면 “낙선운동을 벌이겠다”며 ‘협박성’ 경고를 던졌다. 동시에 전국 광역단체장 선거에 출마한 여당 후보의 주요 캠프 사무실을 점거하고 농성에 들어갔다.

민주노총은 21일 전국 지역본부를 동원,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등 더불어민주당 광역단체장 후보 캠프 13곳에 진입해 농성을 벌였다. 민주노총이 점거한 캠프와 사무실은 박 후보를 비롯해 양승조 충남지사 후보, 이시종 충북지사 후보, 허태정 대전시장 후보, 이용섭 광주시장 후보, 오거돈 부산시장 후보, 송철호 울산시장 후보, 문대림 제주지사 후보, 김영록 전남지사 후보, 박남춘 인천시장 후보, 임대윤 대구시장 후보 캠프와 민주당 전북도당·강원도당 사무실 등이다.

선거 볼모로 산입 범위 확대 반대

민주노총 조합원 500여 명은 이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를 앞두고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11조)은 국회 앞 경계 지점으로부터 100m 이내에서는 옥외 집회나 시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경찰이 해산명령을 내리자 150여 명은 국회 경내로 진입해 시위를 이어갔다.

민주노총 요구는 국회에서의 논의를 중단하라는 것이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와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주도해 가닥을 잡고 있는 산입 범위 확대(매달 주는 상여금과 숙식비를 포함시키는 것)가 계속 추진될 경우 6월 지방선거에서 ‘낙선운동’까지 벌이겠다고 경고했다. 민주노총은 “집권 여당은 6·13 선거 출마자 낙선운동을 포함한 대(對)집권 여당 투쟁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산입 범위와 인상률 등 최저임금 관련 논의를 최저임금위원회로 넘기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영세 중소기업, 소상공인을 포함한 경제계에서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비판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지난해 최저임금위 태스크포스(TF)까지 꾸려 산입 범위 개편 등을 논의했음에도 민주노총 반대로 결론을 내지 못해 국회로 공이 넘어간 것”이라며 “이제 와서 다시 최저임금위에서 논의하자는 것은 아무것도 하지 말자는 얘기”라고 말했다. 그는 “국회에서 처리되는 것부터 무조건 막고 보자는 의도 아니겠느냐”고 했다.

일각에서는 민주노총의 이런 주장이 새로 꾸려진 최저임금위 성향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저임금위 공익위원의 절대 다수가 노동계와 가까운 인사들로 꾸려진 만큼 일단 최저임금위로 ‘무대’만 옮기면 산입 범위 확대를 무산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는 얘기다.

“사회적 대화까지 모조리 재검토”

민주노총은 사회적 대화 철수 가능성도 시사했다. 민주노총은 “국회가 최저임금 산입 범위 개편을 일방 처리할 경우 현 정부와 집권 여당이 강조하는 사회적 대화까지 모조리 재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으름장을 놨다. 한 노동 전문가는 “최저임금 1만원을 달성할 때까지 매년 인상폭을 확대하고 산입 범위도 현재대로 유지하자는 게 민주노총의 속셈”이라며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선거와 사회적 대화를 볼모로 정부와 국회를 협박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도 최저임금 산입 범위 확대에 반대하고 있다. 23일 국회 앞에서 대규모 집회도 준비 중이다. 다만 민주노총과 달리 최저임금 문제를 사회적 대화 및 선거와 연계시키지는 않는다는 전략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노총 지역본부는 민주당 후보 지지 선언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노사정위원회는 당혹해하는 분위기다. 20년 만에 민주노총이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 분위기가 무르익은 상황에서 우려했던 변수가 현실화했기 때문이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