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내에서 촉발된 경기 논쟁이 민간으로 확산되는 조짐이다. 국내 대표 민간연구소들은 일제히 “경기가 둔화 국면에 들어서고 있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경기 침체까지는 아니더라도 회복세가 꺾인 건 확실하다는 주장이다. 경제학자 간에도 경기를 둘러싼 논쟁이 치열하다.

3대 민간硏 "경기 꺾이고 있다"
20일 현대경제연구원 한국경제연구원 LG경제연구원 등 거시경제를 분석하는 3대 민간연구소의 현 경기 상황 판단을 확인한 결과 세 연구소 모두 “경기가 꺾이고 있다”는 진단을 내렸다.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만 유일하게 “아직 회복세는 유효하다”는 의견을 고수해 정부와 같은 시각을 나타냈다.

현대경제연구원과 한국경제연구원은 올 3월 제조업 생산지표가 안 좋은 데다 4월 수출이 감소세로 돌아선 점에 주목했다. 경기가 회복 국면이라면 3개월 연속 취업자 수가 20만 명을 밑돌기 어렵다는 점도 강조했다.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경기선행지수 추세가 2개월 이상 꺾인 것이 심상치 않다고 했다.

LG경제연구원 역시 올 1~2월 어느 정도 버틴 투자가 3월부터 뚜렷하게 둔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반도체산업의 경기주도력이 약해지면서 지난해처럼 수출과 투자가 이끄는 빠른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LG경제연구원 진단이다. 3대 민간연구소는 모두 “성장세가 갈수록 더 약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국책연구원인 KDI만 “국제수지가 좋고 물가 역시 안정적이며 성장률이나 환율, 주가 모두 나쁘다고 보기 어렵다”며 회복 흐름이 유효하다는 정부 입장에 힘을 실어줬다.

경제 전문가들은 정부의 경기 판단이 정확해야 위기 때 선제 대응할 수 있는 만큼 경기가 회복세라는 주장을 고집하기보다는 귀를 열고 각계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정책의 타이밍을 놓치지 않기 위해선 정책 당국자 간 잇단 엇박자도 조속히 조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은정/이태훈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