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의 예대율 규제에 따라 시중은행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올 하반기 새로운 예대율 산정 방식 시행을 앞두고 연초 예수금 및 기업대출 확보에 총력을 기울였지만 자영업자대출까지 가계대출처럼 가중치를 적용할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시중은행들이 대비책을 마련하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예대율 규제' 강화에… 은행, 예·적금 확대 '총력'
◆정기예금, 6년여 만에 최대폭↑

17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연초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하반기부터 새로운 예대율 산정 방식을 적용하기로 했다. 가계대출이 과도하게 증가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은행들의 예대율 산정 때 가계대출에 15%의 가중치를 두고, 기업대출은 반대로 15% 낮게 적용하는 방식이다. 은행들은 현재 예수금 대비 대출금 비중인 예대율을 100% 이내에서 관리해야 한다. 이 같은 가중치를 적용받게 되면 예수금과 기업대출을 추가로 늘리거나 가계대출을 줄여야 기준을 맞출 수 있다.

예대율 산정 방식을 변경할 경우 일부 시중은행 예대율은 100%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신증권이 작년 말 기준으로 주요 시중은행 예대율을 추정한 결과 국민은행은 100.5%로, 신한은행은 99.7%로 높아진다. 우리은행도 100.0%로 올라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로운 예대율 산정 방식 시행을 앞두고 시중은행들은 특판 예·적금 판매와 공격적인 기관 영업을 통해 예수금 확보에 열을 올렸다. 국민은행의 4월 기준 원화 예수금(243조원)은 작년 말(237조원)보다 5조6824억원 증가했다. 전년도 같은 기간 증가폭(4300억원)보다 13배나 큰 규모다. 국민은행은 다른 은행 대비 가계대출 비중이 높아 가중치를 두면 예대율이 100%를 초과하게 된다. 기업대출 잔액도 같은 기간 2조6114억원 늘었다.

가중치 적용 후 예대율이 100%에 달하는 우리은행은 1분기 원화예수금을 4조7541억원 늘렸다. 기업대출도 같은 기간 2조7012억원 늘어나 4개 은행 가운데 증가폭이 가장 컸다.

은행들의 적극적인 예금 유치에 금리 인상이 맞물리면서 지난 1분기 5대 시중은행 정기예금은 19조2000억원(3.1%) 늘었다. 2011년 3분기(22조3000억원) 이후 6년6개월 만에 최대 증가폭이다.

◆산정 방식 재변경에 은행 반발도

하지만 최근 일부 예대율 산정 방식이 또다시 변경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중은행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금융감독원이 가중치를 낮추기로 한 기업대출 가운데 개인사업자대출은 가계대출과 같은 15%의 가중치를 적용하는 쪽으로 재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요 은행은 임대사업자대출이 포함된 개인사업자대출을 크게 늘려놓은 상태여서 이렇게 되면 예대율을 100% 이내로 맞추기 힘들어진다.

당국도 은행들의 대출 포트폴리오 조정과 예수금 확대 준비 기간 등을 감안해 시행을 내년으로 미루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업계 반발은 여전하다. 시중은행들은 임대사업자를 제외한 자영업자들이 이 같은 규제로 피해를 볼지 모른다는 점을 들어 금감원을 설득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연초 예상치 못한 예대율 규제에 맞춰 예수금 확보에 총력을 기울여왔다”며 “최근 일부 산정 방식이 또다시 바뀌고 시행 일정도 확정되지 않으면서 일단 상황을 지켜본 뒤 추가 대책을 마련하자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