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뷰어] 전문 안마사가 써 본 안마의자…바디프랜드·파나소닉
<옥석 가리기, '블랙리뷰어'는 전자 제품 전문 리뷰입니다. 소비자 관점을 장착한 한국경제·한경닷컴 기자들이 직접 제품을 체험하고 솔직하게 평가합니다. 제 돈내고 사려는 제품의 제 값을 매기는 게 목표입니다. 전자 관련 소비재에 대한 내용을 주로 담지만, 때에 따라 전혀 다른 제품에도 접근합니다.- 편집자 주>

★리뷰한 제품:

바디프랜드= 파라오 525만원, 렉스엘플러스 525만원, 팰리스 460만원
파나소닉= EP-MAJ7 998만원, EP-MA73 798만원


★전문 안마사들의 한줄 평:
피로를 풀어주는데는 좋다. 특히 눌러주는 압박 마사지 효과는 탁월! 하지만 약은 약사에게, 처방은 의사에게!! 털어주고 주물러주는 효과는 부족하다. 근육통 등 특정 부위가 아픈 경우에는 효과가 적다. 특정 부위가 안좋은 사람이 잘못 쓰면 오히려 병을 얻을 수도.

★전문 안마사들의 감정가: 비쌀수록 성능도 좋지만 가격이 뛰는만큼은 아니다. "롯데하이마트에서 써본 200만원 제품 정도면 괜찮은 것 같아요!"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각종 헬스케어 기기의 인기도 올라가고 있다. 특히 안마의자 시장은 최근 몇년간 빠르게 성장했다. 지난해 관련 국내 시장 규모는 6000억원이다. 시장의 60% 이상을 장악한 바디프렌드 한 회사가 판매하는 제품만 연 11만~12만대에 이른다.

하지만 안마의자의 가격은 만만치 않다. 구입하면 400만~500만원 정도는 보통이다. 빌리더라도 월 10만원 이상은 나간다. 집에 하나 정도 장만해두고는 싶지만 정말 그 정도 가치가 있는 것일까. 블랙리뷰어들의 의문은 커져만 갔다. 고민 끝에 떠올린 것이 전문 안마사를 통한 안마의자 리뷰였다.

그렇게 문을 두드린 곳이 바로 대한안마사협회였다. 모르는 이들도 있겠지만 법적으로 전문 안마사가 될 수 있는 자격은 시각 장애인에만 주어진다. 시각 장애인들의 생계를 위해 정부가 법으로 진입장벽을 쌓은 것이다. 그런 점에서 대한안마사협회는 이익단체인 동시에 시각장애인들의 복지단체 성격도 갖고 있다.

제대로 된 리뷰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부푼 희망을 안고 접촉했지만 처음 반응은 생각보다 좋지 않았다.

“안마사분들과 안마의자는 어떻게 보면 경쟁 관계에 있습니다. 아무래도 말씀 드리기 부담스러울 수 있어요. 정말 안마사분들의 평가를 그대로 실어주실 수 있나요?”

여기에 안마사 분들의 말씀을 그대로 실어드리겠다는 약속을 하고 리뷰를 진행하게 됐다. 대한안마사협회에서 안마 기술 등을 담당하는 이료분과 간부들이 특별히 수고해줬다. 평가 대상 업체는 국내 시장 1위인 바디프랜드와 국내에 진출한 해외 안마의자 업체 중에는 인지도가 가장 높은 파니소닉 등이 나섰다. 부담을 느낄 수 있는 가운데에도 리뷰에 응해준 업체들에 감사 드린다.

15일 서울 서초동 대한안마사협회에서 만난 안마사 분들은 다음과 같다. 이료분과의 윤현준 위원장, 신욱섭 이사, 손규성 이사 등이다. 이들을 만나 먼저 서울지하철 2호선 교대역 인근 바디프랜드 매장으로 향했다. 국내 점유율 1위 답게 널찍한 매장에 여유를 두고 안마의자가 설치돼 있었다. 실제 사용 경험이 중요한 안마의자는 매장에서 직접 구매하는 비중이 가장 높다고 한다.

안마사들은 파라오와 팰리스, 렉스엘플라스에 나눠 앉아 평가를 했다. 파라오는 바디프랜드 모델 중 가장 고가 프리미엄 모델이다. 팰리스는 임산부의 불편한 몸을 풀어주는데 특화됐다. 렉스엘플라스는 음향 등이 흘러나오는 '뇌파 안마' 기능이 추가돼 숙면을 유도한다.
바디프랜드 팰리스를 체험하고 있는 손규성 대한안마사협회 이사. 협회 요구에 따라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 했다.
바디프랜드 팰리스를 체험하고 있는 손규성 대한안마사협회 이사. 협회 요구에 따라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 했다.
우선 팰리스를 체험한 손규성 이사의 설명을 그대로 옮긴다.

"안마는 뼈와 근육을 따라 필요한 부분을 눌러주는 '안모', 주무르는 '유연', 조이는 '압박', 근육을 털어주는 '진전' 등 크게 4단계로 구성됩니다. 이번에 안마의자를 체험해보니 역시 기계의 힘이 좋아 압박은 전문 안마사들만큼 힘있게 해준다는 느낌입니다. 다만 유연과 진전은 아무래도 사람에 비해 세밀한 동작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안모는 거의 없었습니다.

여러 모드 중에서는 하체를 잡아빼면서 발을 압박하는 동작에서 시원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제품 개발 과정에서 전문 안마사들에 평가를 받으면 제품 기능을 개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손규성 이사가 시원하다고 평가한 동작에 대해 바디프랜드 직원은 "임산부에 특화해 다리 부종 등을 줄여주는 기능이 추가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윤현준 위원장이 바디프랜드 파라오을 체험하고 있다.
윤현준 위원장이 바디프랜드 파라오을 체험하고 있다.
다음은 파라오 모델을 체험한 윤현준 위원장.

"안마와 가장 근본적인 차이는 안마가 누워서 받는 것에 비해 안마의자는 앉은 상태에서 받는다는 것입니다. 의자가 비스듬히 각도를 주기는 하지만 웅크린 자세는 변함이 없어 불편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등 부위 등은 볼로 압박을 주는데 살이 없는 사람은 아플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똑같은 강도로 해도 통증을 느끼는 사람이 있고, 아닌 사람이 있는데 각 개인에 맞추기가 힘들 것 같습니다. 허리와 엉덩이에 대한 안마는 상대적으로 괜찮았습니다."

바디프랜드 관계자는 "압박의 세기는 사용자가 스스로에 맞춰 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바디프랜디 렉스엘플라스를 체험하는 신욱섭 이사.
바디프랜디 렉스엘플라스를 체험하는 신욱섭 이사.
렉스엘플라스를 체험한 신욱섭 이사는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볼이 딱딱해서 아프다는 느낌이 들었다. 목과 어깨를 마사지하는데 특히 한계가 있었다. 손과 발을 주무르는 것은 효과가 있었고 허리도 상대적으로 나았다. 다만 모터를 통해 전해지는 힘은 강하지만 기교가 없다는 느낌이었다. 근육과 뼈를 따라가며 눌러주고 풀어줘야 하는데 이런 부분은 원천적으로 힘들었다."

이후 안마사들은 자동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파나소닉 매장으로 이동했다. 파나소닉은 바디프랜드와 달리 카메라와 칫솔, 승마형 운동기구 등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안마의자들도 매장 한쪽에 늘어서 전시돼 있었다.
안마사들이 파나소닉 안마의자를 체험하고 있다. 앞쪽 두 개가 EP-MAJ7, 다른 하나가 EP-MA73 모델이다.
안마사들이 파나소닉 안마의자를 체험하고 있다. 앞쪽 두 개가 EP-MAJ7, 다른 하나가 EP-MA73 모델이다.
파나소닉 안마의자에 앉은 안마사들은 안마의자 자체의 성능이 바디프랜드보다 낫다고 입을 모았다. 바디프랜드 모델의 단점으로 지적됐던 목과 어깨 부위 안마도 제대로 된다고 했다. 특히 몸의 각 부위를 누르는 볼의 소재가 바디프랜드와 다르다고 했다. 피부와 근육에 와닿는 볼의 감촉이 바디프랜드 제품에 비해 좋다는 것이다. 바디프랜드는 조이는 압박만 됐지만 파나소닉 제품은 주무르는 유연도 어느 정도 된다는 의견이 있었다. 다만 파나소닉 제품이 바디프랜드에 비해 힘이 약하고 안정감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었다.

평가만 놓고 보면 파나소닉 제품의 압승 같아보이지만 정작 안마사들은 본인들이 구입해야 한다면 바디프랜드 제품을 고르겠다고 했다. 200만~500만원까지 벌어지는 가격 차이 때문이다. 신욱섭 이사는 "파나소닉 제품이 더 좋기는 하지만 2배 가까운 돈을 들여서 살 정도로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니다"며 "가격 차가 50만~100만원 정도라면 파나소닉 제품을 고를 것"이라고 말했다.

안마사들의 종합적인 평가는 다음과 같다.

윤현준 위원장

"모든 것을 종합할 때 기계는 결국 기계일 뿐입니다. 근육과 체질에 따라 사람들이 느끼는 것과 짚어줘야할 것이 다 다릅니다. 자기 몸을 힐링하는데 안마사만큼 할 수 없습니다.

신욱섭 이사

"안마의자는 전신을 푼다기보다는 힘든 일을 했거나 관광을 다녀와서 피곤하고 힘들 때 잠들기 좋도록 해주는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아프고 힘들 때 사용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근육통 치료도 안될 겁니다. 피곤할 때 잠자기 좋은 정도입니다. 제품이 좋긴 하지만 그 정도 가격을 들일 필요가 있나 싶습니다. 하이마트에 200만원짜리 제품이면 충분하지 않을까요."

손규성 이사

"아무래도 디자인이 좋고 전시효과가 있으니 가격이 비싼 거 같습니다. 가죽 등으로 세련되게 디자인 되다 보니 차이가 많이 나 보이는데 실제 성능은 서로 큰 차이가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안마사들은 안마의자를 사용할 때 주의사항도 이야기했다. 우선 안마의자는 고정된 상태에서 압박하다 보니 처음 자리를 잘못 잡으면 근육 등에 무리가 갈 수 있다. 잘못된 위치를 수시로 바로잡는 안마의자와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뼈가 틀어져 있는 부분이 있거나 잘못된 자세가 있는데 안마의자에 몸을 맡기면 압박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안마의자를 사용하다 아픈 부분이 있으면 즉각 멈추고 자세를 바로 잡으라는 충고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