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다음주 (주)LG 출근… 오너 경영자로 연착륙 때까지 '6人'이 보좌
다음달 29일 LG그룹 지주회사인 (주)LG의 사내이사로 선임될 구광모 LG전자 상무는 18일에도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로 출근했다. 이날은 LG전자가 있는 서관으로 나왔지만 다음주부터는 (주)LG가 있는 동관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한 관계자는 “아직 LG전자 상무 직함을 달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LG그룹을 이끌어야 하는 만큼 파악할 현안이 많을 것”이라며 “LG전자에서 하던 B2B사업본부 업무는 정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 상무의 구체적인 직급과 역할은 다음달 (주)LG 임시주주총회 뒤 열리는 이사회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구 상무가 사실상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그룹 운영의 핵심인 (주)LG 역할이 어떻게 바뀔지에 관심이 쏠린다. 2003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LG에서는 (주)LG가 계열사 대부분의 최대주주로서 그룹을 이끌고 있다. 와병 중인 구본무 LG그룹 회장을 대신해 (주)LG 사령탑을 맡은 구본준 LG그룹 부회장은 과단성 있는 결단력으로 빠른 판단을 내리고, 먼저 큰 그림을 제시해 계열사들을 이끄는 스타일로 알려져 있다.

LG그룹 인수합병(M&A) 역사상 최대 규모인 1조4000억원을 들여 지난달 인수한 오스트리아 헤드램프 제조업체 ZKW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구 부회장은 (주)LG의 관련 조직을 통해 ZKW 인수작업 초기부터 매입 가격 협상에 이르기까지 M&A 과정 전반을 이끌었다.

이 같은 (주)LG 역할은 ‘구광모 시대’를 맞아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구 상무는 계열사들의 신사업을 관할하는 (주)LG 시너지팀에서 2014년부터 4년간 근무했지만 일상적인 경영 활동까지 파악할 기회는 없었다.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를 이끈 경험이 있는 구 부회장과 대비되는 부분이다. 구 상무가 당분간 (주)LG의 역할을 줄이면서 계열사 자율 경영에 무게를 실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필요할 때는 의사 결정을 하겠지만, 각 계열사의 경영 활동을 진단하고 지원하는 업무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LG 안팎의 시각이다.

전날 발표된 전문경영인 보좌체제는 이런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LG그룹은 구 상무를 중심으로 하현회 (주)LG 부회장,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등이 책임 경영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6인의 전문경영인에게 더 큰 책임과 권한이 주어진다는 얘기다. LG이노텍 등 전자계열사는 한 부회장과 조 부회장, LG하우시스 등 화학 계열사는 박 부회장과 차부회장이 관련 조언을 할 것으로 전해졌다. 구 상무가 수년간에 걸쳐 경영 보폭을 점차 넓혀 가면서 계열사들에 대한 (주)LG 역할은 자연스럽게 다시 확대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