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업계 전망 안정적…IFRS17·K-ICS 도입, 소형사에 더 타격"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국내 손해보험사들이 회계·감독기준 강화와 금리 상승에 대비해 신종자본증권 등 자본 확충을 위한 채권 발행을 서둘러야 한다고 17일 조언했다.

무디스의 스텔라 응 이사와 샐리 임 이사는 이날 시내 한 호텔에서 보험사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마치고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교보, 한화 등 생명보험사들이 2∼3년 전부터 해외에서 신종자본증권 발행 등으로 자본을 조달해온 것과 달리 손보사들은 준비가 상대적으로 늦었다는 게 무디스의 평가다.

무디스의 신용등급을 확보한 손보사도 지금은 없다.

응 이사는 "보험사들은 국제회계기준(IFRS) 17과 신 지급여력제도(K-ICS)에 맞추려고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는데, 앞서 작업했던 것들이 생보사라면, 손보사들은 이제 준비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임 이사는 "미국의 금리 인상은 기정사실이다.

따라서 채권발행 시기를 미루면 미룰수록 조달비용은 지금보다 비싸진다"며 "교보생명이 지난해 6월 발행했을 때와 한화생명이 올해 4월 발행했을 때의 미국 기준금리 차이가 0.5%포인트(P)"라고 예시했다.

그는 "북미 정상회담 같은 이벤트가 채권발행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도 염두에 두고 비상 계획을 세워둬야 할 것"이라며 "신종자본증권 발행 자체는 보험사 신용등급에 긍정적이다.

자본으로 인정되는 돈이 들어오기 때문"이라고 했다.

실손의료보험 영업과 직결되는 이른바 '문재인 케어'가 손보사들의 경영 전반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무디스는 내다봤다.

다만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가 '성장'보다 '분배'에 비중을 두는 것은 업계에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응 이사는 "손보사의 손실률과 사업비율 등이 몇년 전보다 좋아졌다.

문재인 케어도 손보사에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며 "다른 요인으로 한국 정부가 복지 위주로 예산 편성이 집중됐다.

기업을 위한 경제 살리기보다 일반 시민의 복지 혜택 주는 쪽에 집중되니 추가 성장의 기회가 제약된다"고 말했다.

또 손보사들의 경우 "생보사들처럼 과거 고금리 보장 상품을 팔아서 발생한 역마진 부담이 훨씬 적다"는 점도 긍정적 요인이라고 응 이사는 덧붙였다.

생보사들에 대해서 무디스는 전망을 '안정적(Stable)'이라고 진단했다.

역마진 부담과 감독·회계기준 강화는 도전 요소지만, 자산·부채 만기와 상품 구성 측면의 개선으로 상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응 이사는 "생보사들의 상품 구성이 좋아지고 있다.

과거에는 저축성을 많이 팔았는데 요즘 보장성의 비중을 많이 늘리고 있다"며 "금리 리스크 완화를 위해 고정형 상품보다 변동형 상품의 비중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대형사들 위주로 부채 듀레이션(만기)에 맞춰 자산 듀레이션을 늘리려 하고 있다.

채권투자도 장기물이 많고, SOC(사회간접자본) 등에 민자 사업에 중앙·지방정부의 보증을 붙여 장기 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역마진 상품 문제로 "단기적으로 힘든 시기"라며 "IFRS 17과 K-ICS가 도입되면 소형사를 중심으로 부담을 느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IT 시스템, 계리 시스템, 인적자원 등 비재무적 보완 요인이 많다.

이를 감내하려면 대형 생보사보다 소형 생보사가 더 부담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