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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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모비스 분할·합병안이 오는 29일 주주총회를 앞두고 예측불허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공격에 이어 주요 의결권 자문기관들의 반대 의견이 나오면서 현대자동차그룹 개편안의 부결 가능성이 제기된다.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자 임영득 현대모비스 사장과 이원희 현대차 사장은 "그룹 개편안은 사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최적 방안"이라며 주주들의 지지를 호소하고 나섰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양대 의결권 자문사로 꼽히는 글래스 루이스와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 모두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에 대해 현대모비스 주주들에게 반대표를 권고하면서 주총에서 표심의 향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ISS는 "현대모비스·글로비스의 분할·합병 비율이 모비스 주주에 불리하고 사업 논리가 부족하다"며 반대했다. 엘리엇, ISS 등의 공격이 기관투자자의 지지를 받게 되면 부결 가능성은 높아진다.

ISS 주장에 현대차는 "순환 출자 해소, 일감 몰아주기 금지 등 국내법에 대한 이해 부족과 심각한 오류로 시장을 호도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현대차그룹은 규제 리스크가 기업 사업성에 대한 불확실성을 증대시켜 주주 가치제고를 저해하기 때문에 규제 우려를 선제적으로 해소한다는 측면을 분명히 했다.

그룹 개편안 반대세력의 주축인 엘리엇은 현대모비스 지분 1%대만 보유하고 있으며, 올 초 매수해 보유기간도 6개월 미만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배구조 개편의 장기적 투자 효과보다는 개편과정에서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목적에서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시장에서는 파악하고 있다.

우호 지분은 정몽구 회장 개인 지분(6.96%)을 포함해 기아차(16.88%) 현대제철(5.66%) 현대글로비스(0.67%) 등 총 30.17%다. ISS와 글래스루이스 등의 권고안을 따를 것으로 전망되는 외국인 투자자 지분은 약 48%다. 남은 표심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이끈 국민연금이 주목받고 있다. 국민연금은 현대모비스 지분 9.8%를 보유해 기아차(16.9%)에 이어 단일주주로는 두 번째로 많다. 국민연금의 의견은 다른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의사결정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국민연금이 사실상 캐스팅 보트(대세를 좌우할 표)를 쥐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전날 한국상장회사협의회와 코스닥협회는 "외국 투기자본의 경영간섭이 심각하다. 세계 주요국에서 보편화된 차등의결권 주식과 포이즌필 제도 등을 도입해야 한다"며 국내 기업들의 경영권 방어장치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등 찬반 의견은 팽팽하다.

현대차그룹은 분할·합병을 통해 현대모비스를 자동차 분야 핵심 기술기업으로 육성하고, 그룹사 간 사업 재편으로 미래 발전의 시너지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현대모비스의 분할 비율은 0.79 대 0.21, 현대글로비스와의 합병 비율은 1 대 0.61다. 기존 현대모비스 1주를 보유한 주주는 존속법인 주식 0.79주와 합병 글로비스 주식 0.61주를 갖는다.

분할·합병안은 주주 3분의 1 이상이 참석해 참석자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가결된다. 주총에서 안건이 부결되더라도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변경은 다른 방법으로 재개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정부 요구사항인 순환출자 고리 해소와 일감몰아주기 논란 해소 외에도 경영권 승계를 위해선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필요해서다. 시장에선 경영권 승계를 고려하면 그룹 주가가 낮은 현 시점이 지배구조 변경의 적기로 판단한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일감몰아주기 규제나 출자고리 해소 등의 법률적 리크스가 큰 만큼 다른 방향으로든 개편 작업은 불가피하다"면서 "만일 개편안이 부결된다면 1~2년 정도 시간은 두고 내부 검토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했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부결시 지주사 체제로의 이행은 피하고 글로비스를 활용하는 방침은 유지될 것"이라면서 "경영권 승계를 위해선 글로비스의 계열사 의존도를 낮추라는 정부 요구가 있는 만큼 새 개편안도 글로비스가 지배구조 변경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김정훈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