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젠 '콜옵션'·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연관성도 쟁점
'대심제' 진행…감리위원 공정성 시비도 불거져
삼바 감리위 내일 첫 회의… '기업가치 뻥튀기했나' 심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여부를 놓고 그동안 장외에서 벌어지던 '신경전'이 17일 드디어 '장내'로 자리를 옮기게 된다.

특별감리를 벌인 금융감독원이 공격수로 등판하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방어에 나선다.

감리위원회가 첫 심판으로서 쟁점에 대한 양측 주장과 반박을 듣고 판단을 내린다.

그러나 감리위도 '예선전'이기 때문에 감리위 자문 의견을 듣고 실제 조처를 내리는 증권선물위원회에서 다시 '본선'을 치러야 한다.

증선위 조치 결과에 따라 금감원이든 삼성바이오로직스든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금감원이 무리한 감리 결과를 내놓은 것인지, 삼성 계열사가 회계질서를 어지럽히는 부정을 저지른 것인지 시장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삼성바이오에피스 가치 '뻥튀기'했나
1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이번 사안의 핵심 쟁점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되기 한해 전인 2015년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 가치를 부풀렸는지 여부다.

지난 2016년 11월 상장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1년 설립 이후 매년 적자를 내다가 2015년 갑자기 1조9천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5년 말 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연결)에서 관계회사(지분법)로 변경했고 이에 따라 기업가치를 장부가액에서 공정가액(시장가)으로 갑자기 바꿨다.

이 과정에서 단순 실수가 아닌 고의적인 분식회계가 있었다는 게 금감원의 판단이다.

이 회사는 상장 전 한국공인회계사회에서 감리를 한 차례 받았지만 당시에는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
삼바 감리위 내일 첫 회의… '기업가치 뻥튀기했나' 심의
그러다 지난해 2월 참여연대와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분식회계와 상장 특혜 의혹을 제기했고 금감원은 한 달 만에 특별감리를 결정했다.

이후 1년이 넘게 흐른 이달 1일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외부감사인인 삼정·안진회계법인에 특별감리에 대한 조치사전통지를 한 사실이 공개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즉각 금감원 조치에 반발했다.

조치사전통지가 공개된 바로 다음 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외부 전문가와 협의해 국제회계기준(IFRS)을 충실히 반영한 결과로 분식회계는 없었다"고 이 회사는 반박했다.

감리위에서 적극적으로 소명하고 필요하면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도 표명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5일에는 금감원에 회계처리 규정 위반에 대한 구체적 근거를 알려달라고 공식 요청하기도 했다.

◇ 바이오젠 '콜옵션' 행사 가능성 있었나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여부를 판단하는 또 다른 쟁점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함께 바이오에피스를 공동 설립한 다국적 제약사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5년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커져 회계처리 기준을 바꿨다는 입장이다.

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개발 성과가 가시화하자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커졌다고 판단해 바이오에피스를 지분법 회사로 회계처리를 변경했다는 것이다.

현재 바이오에피스 지분 5.4%를 보유한 바이오젠은 바이오에피스 지분을 '50%-1주'까지 확보할 수 있는 콜옵션 권리를 갖고 있다.

실제로 콜옵션 권리를 행사하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바이오에피스 지분율은 '50%+1주'로 낮아져 지배력이 약해진다.
삼바 감리위 내일 첫 회의… '기업가치 뻥튀기했나' 심의
삼성바이오로직스 김동중 전무는 지난 2일 기자회견에서 "2015년 말 감사인이 '(바이오젠의) 콜옵션에 대해 평가할 때가 된 것 같다'고 제안했고 회사는 아직 이르다고 판단했으나 외부 회계 전문가들이 모두 '콜옵션을 반영하는 게 좋겠다'고 조언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금감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바이오에피스 지배력은 오히려 강화돼 갑자기 회계처리를 변경한 것은 일관성이 없다고 보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바이오에피스 지분율은 2012년 설립 당시 85%에서 현재 94.6%로 확대됐다.

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2년 바이오젠과 콜옵션 관련 계약을 맺었지만 공시하지 않은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회계처리를 변경한 2015년 감사보고서에도 별다른 언급이 없다가 2016년 감사보고서에야 바이오젠의 콜옵션 권리를 언급했다.

◇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관련 있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분식 혐의는 2015년 7월에 있었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사고 있다.

심상정 의원은 2015년 7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투자위원들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찬성하기로 하면서 국민연금이 볼 손해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성장성 등으로 상쇄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내용의 특검 보고서를 의혹의 근거로 제기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가치를 부풀리는 방법으로 합병 시 최대주주인 제일모직과 제일모직의 최대주주인 이재용 부회장에게 유리하도록 했다는 주장이다.

두 회사의 합병 당시 국민연금은 제일모직이 보유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가치를 6조5천520억원으로 평가했지만 국제 의결권 자문사인 ISS는 1조5천200억으로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의뢰를 받은 안진회계법인과 삼정회계법인은 제일모직의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가치를 각각 8조9천400억원과 8조5천600억원으로 평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바 감리위 내일 첫 회의… '기업가치 뻥튀기했나' 심의
참여연대는 "두 회계법인이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이렇게 고평가하지 않았다면 1 대 0.38에서 1 대 0.41 수준의 합병비율 평가는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문제가 되는 회계처리는 2015년 말에 이뤄졌는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은 오히려 이에 앞서 같은 해 7월 진행된 것이어서 영향을 미칠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금감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이어 삼성물산에 대해서도 회계감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간의 연관성을 찾기 위한 게 아니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논란이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돼온 만큼 이번 사안이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에 변수로 작용할 여지도 있다.

◇ '대심제' 감리위…시작 전부터 공정성 시비
이런 각종 의혹과 쟁점을 심의할 감리위원회는 이번에 대심제(對審制)로 열린다.

대심제는 분식회계 같은 회계부정이나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제재 과정에서 검사 부서와 제재 대상자가 동시에 출석해 일반 재판처럼 진행하는 것으로, 양측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그러나 첫 심의에 들어가기도 전에 공정성 논란이 불거졌다.

참여연대는 14일 기자간담회에서 김학수 감리위원장(증선위 상임위원)과 한국공인회계사회 위탁감리위원장을 감리위에서 배제할 것을 요구했다.

김학수 감리위원장은 2015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상장될 수 있도록 규정이 개정되는 상황에서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국장으로 재직해 역할을 했다는 이유에서다.

감리위 당연직 위원인 한국공인회계사 위탁감리위원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비상장사 때 한국공인회계사회가 감리를 한 만큼 연관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삼바 감리위 내일 첫 회의… '기업가치 뻥튀기했나' 심의
감리위 민간위원 중 한 명은 4촌 이내 혈족이 삼성 계열사에 근무하고 있다는 이유로 증선위에 회피 신청을 내 이미 감리위에서 배제되기도 했다.

하지만 증권선물위원장인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은 전날 "감리위원장의 자본시장국장 재직 당시 상장 규정 개정은 정당한 업무 수행이었고 한국공인회계사회의 감리는 무혐의로 종결됐기에 제척 이유가 없다"고 거부했다.

감리위원 명단과 심의내용 공개를 두고도 공방이 벌어지고 있는데 이 역시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참여연대는 "이미 명단을 공개하고 있는 증선위나 금융위와 비교할 때 감리업무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위해 명단과 이력을 투명하게 공개할 때 편익이 더 클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감리위 심의 과정을 녹취·보관해 향후 국회 등의 검증 대상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하지만 금융위는 감리위의 경우 증선위와 달리 자문기구로 명단 공개 의무가 없고 공개할 경우 공정성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다만, 감리위 심의내용을 속기록으로 남기고 대외공개 여부는 향후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