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규율위 조사결과 밝혀…지부장, 공개 사과문 발표
"현대차 노조간부 업무시간 도박·노사간 술자리는 사실"
현대자동차 일부 노조간부가 업무시간에 도박했다는 내부 고발이 제기되자 진상조사에 나선 노조 규율위원회가 "간부들이 도박한 게 맞다"고 지적하고 집행부에 강력한 재발방지를 촉구했다.

노조 규율위는 16일 '집행부 수석과 상집(상무집행위원) 진상조사를 마치며'라는 제목의 대자보에서 "도박 및 회사 측과 술자리 논란을 빚었던 수석부지부장 등 노조간부들이 간부 행동강령과 상집 다짐서를 위배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규율위는 "도박에 연루된 노조간부들은 '보는 시각에 따라 오락일 수도 있다'고 주장했지만, 조합원 눈높이로 보면 대단히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금액이 많고 적음을 떠나 노조사무실에서 도박을 한 것 자체가 간부들이 도덕적으로 해이했다는 것"이라며 "강력한 내부 혁신을 위한 자구책이 요구된다"고 시정을 촉구했다.

규율위는 또 일부 노조간부가 올해 2월 회사 관계자들과 함께 저녁 식사하며 술을 마신 일을 두고 "이유 불문하고 노조간부가 사측과 술자리를 가져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앞서 현대차 노조간부 2명은 지난달 대자보를 내고 "일부 노조간부가 상집이 지켜야 할 태도와 덕목을 서약한 다짐서를 정면으로 위반했다"고 공개한 뒤 상집을 사퇴했다.

이들은 "일부 노조간부가 업무시간 중 회의실에서 일명 '책장 뒤집기'(책장을 넘겨 많이 나오는 숫자로 하는 내기)를 했고, 문제를 제기하면 '업무가 바쁘지 않은 선에서 그 정도는 해도 된다'고 정당화했다"고 비판한 바 있다.

하부영 노조위원장(지부장)은 "진상조사 결과를 겸허히 수용한다"며 "간부들의 기강과 도덕적 해이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며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냈다.

그는 "집행부가 총사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지만, 임금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혼란보다 빠른 수습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노조는 노조사무실에서 사행성 내기와 게임 근절, 책임 간부의 공개 사과문 게재, 연루된 간부 엄중 문책, 향후 문제 재발 시 해임 등의 내용을 담은 서약서 작성, 노사 술자리 금지 등의 대책을 내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