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실적 하락이 일시적 요인에 따른 것이라기보다 중장기적인 추세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산업활동 동향을 나타내는 지표들이 지난해 말이나 올초부터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경기를 지탱한 생산, 투자 지표가 동반하락세를 나타냈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수출 비틀대고 생산·투자 동반 하락..."경기 꺾이기 시작했다" 경고 잇따라
16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3월 산업생산은 전달보다 1.2% 줄었다. 26개월 만의 최대 감소폭이다. 올 들어 1월 1% 증가하며 반짝 회복세를 나타내는 듯했지만 2월 0.2% 감소했고 3월에는 감소폭을 확대한 것이다.

설비투자 증가율도 하락세가 뚜렷하다. 작년 12월에는 전월 대비 8.3% 증가했지만 올 들어 1, 2월 각각 5.4%, 1.1%로 증가율이 떨어지더니 3월에는 7.8% 감소로 돌아섰다. 지난해 하반기 월평균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이던 기계 수주도 올 2, 3월 연속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몇몇 산업통계는 과거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까지 하락했다. 공장 가동률은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분기 이후 9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재고도 매월 증가해 3월 출하량 대비 재고 비율이 114.2%에 달했다. 1998년 9월의 122.9% 이후 19년 반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믿었던 수출도 흔들리는 양상이다. 지난 4월 수출은 500억6000만달러로 작년 동기 대비 1.5% 감소했다. 수출이 하락세로 돌아선 건 18개월 만이다. 한 민간 연구기관 연구원은 “지난해 4월 수출이 좋았던 데 따른 기저효과도 있지만 올 들어 수출 출하지수가 둔화되고 있는 데다 환율 상승 등 대외 변수를 감안하면 5월 수출이 증가세로 돌아선다 하더라도 수출 호조가 길게 이어지기는 힘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통계청의 경기순환시계를 구성하는 10개 핵심 지표 중 소매판매와 소비자심리지수를 제외한 8개 지표가 경기 하강과 회복 경계선에 있거나 하강·둔화에 접어들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