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 몰린 금호타이어가 회생할 수 있을까. 우여곡절을 거쳐 지난 3월30일 중국 타이어업체 더블스타로의 매각이 최종 결정된 금호타이어는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했다. 당장 회사가 고꾸라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업계 평가다. 그런데도 우려의 목소리는 끊이지 않는다. 판매량 회복과 노노(勞勞) 갈등 봉합, 더블스타의 ‘먹튀’ 방지책 마련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아서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더블스타, 회사와 노조의 갈등이 생각보다 깊은 상처를 남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1분기 판매량 나홀로 역주행

금호타이어의 판매량은 올 들어 눈에 띄게 줄었다. 15일 국회 정운천 의원(바른미래당)이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입수한 자료를 보면 지난 1분기(1~3월) 금호타이어는 565만3520개(국내공장 생산 기준)의 타이어를 판매했다. 지난해 4분기(639만1890개)보다 11.6% 줄었다. 같은 기간 한국타이어와 넥센타이어의 판매량은 각각 7.6%, 7.5% 늘어났다.

금호타이어의 분기별 판매량을 기준으로 하면 2015년 3분기(540만8887개) 이후 가장 적은 규모다. 당시에는 노조가 사상 최장기간(39일) 파업을 강행한 여파로 생산량과 판매량이 모두 감소했다. 시장에서 선택받지 못하면서 판매량이 줄어든 지금과는 상황이 달랐다.
판매량 '역주행'에 勞勞갈등… 금호타이어 회생 언제쯤
다른 업체와의 격차도 커지고 있다. 지난 1분기 넥센타이어와 판매량 격차는 143만2356개로 벌어졌다. 작년 4분기만 해도 두 회사의 격차는 19만9129개 수준이었다. 2016년에는 판매량 2위 자리를 놓고 엎치락뒤치락하기도 했다. 올 3월에는 두 회사의 판매량 격차가 58만5817개에 달했다.

타이어 제품의 특성상 한번 쪼그라든 판매량은 회복이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타이어는 차량 탑승자의 생명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한 부품이어서 소비자와 자동차 제조회사가 한 번 선택한 브랜드를 잘 바꾸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부 자동차 제조사는 금호타이어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계약을 끊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노조 집행부 탄핵 나선 현장조직

노노 갈등도 불거졌다. 일부 현장조직이 노조 집행부를 탄핵하겠다고 나섰다. 이들은 집행부가 해외매각에 동의하는 과정에서 노조 운영규칙을 어기고 사리사욕을 챙긴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총사퇴를 요구했다. 노조 집행부는 17~18일 탄핵 여부를 가릴 투표를 하겠다고 맞섰다.

예상치 못한 노노 갈등 탓에 경영 정상화가 더욱 늦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초 금호타이어 노사는 지난 13~15일 중국 칭다오에 있는 더블스타 본사를 방문해 경영 정상화를 위한 세부방안을 논의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노조 집행부에 대한 탄핵 가능성이 거론되자 일정이 취소됐다.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의 기술만 확보하고 한국을 떠나는 먹튀 방지책을 마련하는 일도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