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이 통화위기를 겪는 가운데 채권시장에도 충격이 전해지고 있다.

달러 강세가 신흥시장에 대한 투자심리를 흔들면서 신흥국들은 국채 가격이 떨어져 채권시장에서 자금이 이탈하고 채무 상환 부담도 커지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1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신흥국 채권 가치를 나타내는 JP모건 신흥시장 채권지수는 올해 들어 5.1% 하락했다.

작년까지 채권시장에 거의 등장하지도 않았던 에콰도르, 타지키스탄, 이라크, 우크라이나, 바레인 등의 국채도 최근 금리가 치솟았다.

타지키스탄은 지난해 연 7.125% 표면금리로 5억 달러(약 5천300억원) 규모의 국채 5년물을 발행했는데 이 국채는 현재 9.26% 금리에 거래되고 있다.

에콰도르는 10년물을 지난해 10월 표면금리 연 8.875%에 25억 달러 규모로 발행했지만, 현재 금리는 10.8%다.

시장에서 거래되는 채권 금리가 높을수록 이 채권의 가치는 낮아졌다는 뜻이다.

달러 절상으로 부채가 많은 신흥국의 상환 부담은 더 커졌다.

자국 통화 가치는 급격히 떨어졌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미 지난 3월 경제 수준이 가장 낮은 국가들의 채무가 너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면서 이런 국가들의 신용위기 리스크가 고조되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실제로 채권 펀드에서는 글로벌 자금이 빠져나가는 양상이다.

이머징마켓포트폴리오리서치(EPFR)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9일까지 1주일간 세계 신흥시장 채권 펀드에서는 21억 달러(약 2조2천억 원)가 빠져나가 3주 연속 순 유출을 기록했다.

주간 유출 규모는 지난 2월 이래 최대였으며 3주간 순 유출 규모는 모두 40억 달러를 넘었다.

한편 FT가 인용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의 최근 집계에 따르면 작년 국채 디폴트(채무불이행) 건수는 에콰도르 2건 등 총 6건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다만 래리 위트 S&P 글로벌 채권연구 선임국장은 크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며 "올해 초 국채 등급의 '긍정적' 전망이 2008년 초 이래로 처음으로 '부정적' 전망보다 많았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