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괄 부과는 준조세 vs 저공해사업 위한 부담금일 뿐

우리나라 환경 관련 법률 가운데 1992년 제정된 '환경개선비용 부담법'이 있습니다. 해당 법률 1조는 명확하게 '환경오염' 원인을 일으키는 사람이 환경개선에 필요한 비용도 부담토록 하는 게 법률의 목적이라고 규정돼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법이 지목하는 오염자는 누구일까요? 과거에는 일반시설도 있었지만 현재는 '경유'를 연료로 사용하는 자동차 소유자로 돼 있습니다. 다시 말해 경유차 보유자만을 위해 환경개선비용 부담법이 존재하는 겁니다.

그럼 얼마를 낼까요? 금액에 관해선 환경개선비용 부담법 시행령에 규정돼 있습니다. 지난 1996년까지 경유차 한 대당 기준 부과 금액은 1만2,150원이었지만 1997년부터는 2만250원이 유지돼 오고 있습니다. 여기에 배기량이 높을수록 연료소모량이 많고, 그에 따른 배출가스 또한 많다는 점에서 오염유발계수가 곱해집니다. 배기량 2,000㏄ 이하가 기준 지수 '1'이고, 500㏄ 초과할 때마다 '0.25'씩 지수가 커지게 됩니다. 그래서 1만㏄는 기준 금액의 5배인 '5'를 곱해야 합니다.

그런 다음 지역계수를 반영합니다. 인구 500만명 미만이 기준이고, 그보다 적은 인구 10만명 미만은 0.4, 50만명까지는 0.85, 100만명 미만은 0.87을 곱합니다. 반대로 500만명 이상은 1.53이 됩니다. 더불어 이렇게 산출된 금액에 다시 차령계수를 곱합니다. 변동이 없는 기준 차령은 '3년 이상 4년 미만'이고, 상대적으로 오래되지 않은 '3년 미만'은 배출가스가 적으니 0.5를 곱하고, '4년 이상 6년 미만'은 1.04, '8년 미만'은 1.08, '10년 미만'은 1.12, '10년 이상'은 1.16을 곱합니다. 하지만 차령계수는 자동차 노후화에 따라 정화장치 능력이 떨어질 수 있어 법률 취지에 부합할 수 있지만 인구수와 경유차 오염물질 배출량이 대체 어떤 상관성을 가질까 생각해보면 인구 계수는 납득이 잘 되지 않기도 합니다. 알아보니 대도시 대기질 개선에 더 많은 비용이 필요하다고 여긴 결과라고 합니다.
[하이빔]경유차 환경개선부담금, 세금인가 아닌가

어쨌든 이 기준으로 계산해보면 보유한 차가 5년된 2,500㏄ 디젤 엔진이고, 등록지가 서울시일 경우 기준금액 2만250원*배기량 지수 1.25*지역계수 1.53*차령계수 1.04를 모두 곱했을 때 4만277원이 됩니다. 이 금액이 연간 2회 부과되니 8만500원이 됩니다.

그런데 면제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환경부가 규정한 저공해자동차에 포함돼 있으면 내지 않아도 됩니다. 그리고 2009년 9월 이후 출시된 배출기준 유로5 및 유로6 충족 경유차도 오염 유발을 하지 않으니 부담금을 내지 않도록 해놨습니다. 하지만 이외에 면제 대상이 있습니다. 먼저 외국 정부 및 국제기구가 소유한 차와 전시용 자동차, 그리고 기초생활 수급권자, 국가유공자, 장애인 등입니다. 최근에는 5.18 광주 민주화운동 부상자도 포함이 됐습니다.

-단어만 다를 뿐 일괄 적용은 세금 성격, 친환경차 보조금 재원 위해 반드시 필요 '팽팽'

여기서 논란이 비롯됩니다. 환경개선부담금은 법률에서도 오염 원인자가 개선비용을 부담하는 취지인데 면제 대상을 보면 세금 감면의 성격이 짙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2005년 나온 유로4 경유차 보유자가 배출가스 관리를 잘한 덕분에 면제 대상인 2010년 출시된 유로5 경유차보다 배출가스가 적다면 어떻게 될까요? 법률의 목적에 비춰보면 유로5 보유자가 오히려 부담금을 내야하고, 관리가 잘 된 유로4 경유차는 내지 않아야 합니다. 그럼에도 오로지 오래됐다는 이유만으로 경유차에 일괄 부과되고, 면제는 법률 취지와 무관한 경제적 지원 성격의 정치적 이유가 반영되니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겁니다.

법률에 따르면 부담금 부과 및 징수 주체는 환경부입니다. 하지만 환경부는 부과 및 징수를 자치단체에 맡깁니다. 그런데 자치단체 입장에서 부담금은 반갑지 않은 항목입니다. 자동차세금은 자치단체 세입이어서 적극 징수하지만 부담금은 거둬봐야 자치단체에 재정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죠. 오히려 징수하느라 행정 비용만 낭비됩니다. 그래서 환경부가 자치단체의 징수율을 높이기 위해 부담금을 거두면 총액의 10%를 자치단체가 가져가도록 했습니다. 나아가 목표 이상을 징수하면 부담금 총액의 30%까지 징수비용을 인정해줍니다. 그럼 자치단체도 재정 수입을 늘릴 수 있어 적극 징수에 나서는 겁니다. 용어만 '부담금'일 뿐 부과 및 징수 과정은 자동차세와 다를 바 없습니다.

경유차 보유자들은 이미 개선비용을 내고 있다는 목소리도 냅니다. 유류세가 대표적이지요. 일반적으로 자동차는 주행거리가 많을수록 기름 소비도 많고 그에 따라 유류세도 많이 부담합니다. 이 말은 기름 사용량이 곧 배출가스 총량과 정비례하기 때문이죠. 다시 말해 경유차 뿐 아니라 화석연료를 쓰는 모든 자동차 보유자가 이미 환경개선 부담금을 유류 사용으로 부담하고 있다는 겁니다.

물론 이런 문제는 오래 전부터 제기됐습니다. 지난 2009년에는 법원의 판단도 있었습니다. 당시 서울행정법원은 일부 경유차 소유자가 제기한 환경개선부담금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부과는 정당하다고 판결을 내렸습니다. 경유차가 배출하는 질소산화물과 미세먼지가 전체 자동차 오염물질 배출량의 81.6%와 100%를 차지한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물론 연료 사용량이나 운행거리에 따라 부담금이 달라질 필요성은 인정했습니다만 그러자면 계측기 부착, 신고, 사용량 전수조사 등에 막대한 인력과 비용이 소요돼 배기량 등을 기준으로 부과하는 것 자체가 입법재량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 마디로 경유차 개별 보유자의 배출량을 모두 파악할 수 없으니 오염자 부담 원칙에 따라 경유차에 부담금을 부과하는 게 맞다는 겁니다.

-법원, 개별 경유차 배출가스 차이는 인정하되 일괄 부과는 입법재량
그럼 경유차 보유자들이 부담금을 잘 내고 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환경부에 따르면 징수율은 연간 40%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부담금의 일시 납부 기간을 자동차세 일시 납부 기간과 일치시켜 3월 부과에서 1월과 3월로 변경하고, 신용카드 납부 방법도 마련했습니다. 환경부는 지난해 부담금 징수액이 4,627억원으로 부과 대상은 연간 500만 대에 달하지만 부과액은 소액(1대당 연평균 9만9,830원)이어서 강제집행에 어려운 면이 있었다고 설명합니다. 안내면 3%의 가산금이 붙지만 행정적인 강제 처분이 없으니 경유차 보유자도 잘 내지 않았던 겁니다.

이런 가운데 경유차 보유자를 불편하게 만드는 제도가 또 있습니다. 도심 진입 제한이지요. 부담금을 별도로 내고 있지만 오래됐다면 운행마저 억제되는 겁니다. 운행 장벽을 넘으려면 저공해 조치를 하라는 것이고, 이 때 비용은 환경개선부담금으로 충당해 지원해주겠다는 게 환경부의 논리입니다. 그럼에도 경유차 보유자들은 환경개선부담금을 이미 내는 만큼 도심 운행 제한은 이중규제라는 불만을 쏟아냅니다. 아니면 도심에 들어가지 않을테니 환경개선부담금을 받지 말라고 요구합니다. 둘 가운데 하나만 규제하자는 것이지요.
[하이빔]경유차 환경개선부담금, 세금인가 아닌가

하지만 환경부 입장에서 환경개선부담금 폐지는 쉽지 않습니다. 폐지 또한 오래전부터 정부 내에서 얘기가 오갔지만 연간 총액이 매우 크고 대체 재원조달 방법이 없어 기획재정부도 난색을 표합니다. 현재 노후경유차 폐차할 때 지원해주는 돈, 매연여과장치 부착할 때 지원하는 비용, LPG로 바꿀 때 지원되는 개조비도 여기서 나오기 때문이죠. 나아가 전기차 구매 보조금 재원도 부담금에서 일부 조달됩니다. 결국 부담금을 없애면 친환경 조치가 늦어진다는 것이지요.

반대로 경유차 보유자 입장에선 일괄 적용 자체가 오염자 부담 원칙이 아니라 세금 성격인 만큼 부담금은 이중 과세라는 항변입니다. 이에 대해 자동차미래연구소 박재용 소장은 "경유차 환경개선부담금 자체가 경유차에 일괄 부과된다는 점에서 조세 성격"이라며 "경유의 유류세를 높이는 것으로 전환할 수 있지만 국민 저항이 거세 어려운 일"이라고 말합니다. 성격 규정 자체가 쉽지 않다는 얘기지요. 하지만 손 놓고 있을 문제도 아닙니다. 세금이면 보다 정교하게 다듬어야 하고, 말 그대로 오염물질 배출량에 따라 내는 것이라면 이를 파악할 방법을 찾아야 하니까요. 그래서 서둘러 경유차 운행차 배출가스 검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겁니다. 측정 후 결과로 부담금 부과 여부를 결정하면 가장 공정하니 말입니다.

권용주 편집장 soo4195@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