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에 대한 과도한 규제는 한국 정부의 실수"
“가상화폐 공개(ICO)를 사실상 금지한 것은 한국 정부의 큰 실수입니다.”

《블록체인 혁명》의 공동 저자로 잘 알려진 알렉스 탭스콧 넥스트블록 글로벌 최고경영자(CEO·사진)는 11일 한경미디어그룹과의 인터뷰에서 “가상화폐 생태계 조성을 막는 지나친 규제는 블록체인 분야에서 한국의 선구자적 자리를 잃게 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가상화폐와 블록체인 기술 발전을 따로 떼어 놓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탭스콧 CEO는 가상화폐 시장의 신규 진입을 막거나 ICO 자체를 금지하는 과도한 규제책을 계속 시행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코리아 패싱’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블록체인은 세계 어디에서나 통용되는 기술”이라며 “한국 기업도 얼마든지 해외에서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또 “한국 정부가 ICO를 사실상 금지하자 블록체인 회사들이 일본이나 싱가포르, 스위스 등으로 이동하는 걸로 알고 있다”며 “한국의 우수 인재들이 일궈낸 혁신의 성과가 해외로 유출되는 것”이라고 했다.

블록체인과 관련해선 ‘합리적 규제의 길’을 찾아야 한다는 게 탭스콧 CEO의 조언이다. 기업이 가상화폐로 자금을 조달할 때 투명한 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방법이 대표적이다.

투자자들이 가상화폐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거나 범죄집단이 가상화폐로 자금을 빼돌리는 걸 막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탭스콧 CEO는 ‘가상화폐 돈세탁’을 막기 위한 국제 공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가상화폐를 이용해 빈번하게 발생하는 돈세탁을 막아야 한다는 데 국제적 공감대가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가상화폐를 화폐로 볼 것인지 아니면 증권으로 분류할 것인지부터 이견이 크기 때문에 국가 간 합의점을 도출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탭스콧 CEO는 “가상화폐의 성장 가능성을 부정적으로 전망하는 투자 전문가들은 과거의 패러다임에 갇힌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