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금융지주회사 설립을 통한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분리 방안을 제시했다. 금융지주사 요건을 맞추려면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1대 주주 자리에서 내려와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삼성생명의 전자 지분을 팔라’는 압박이기도 하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삼성생명의 전자 지분 매각을 종용한 데 이어 김 위원장이 구체적인 방안까지 들이밀며 압박 수위를 높인 것이다.

김 위원장은 10일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10대그룹 경영인과 정책간담회를 한 뒤 “분명한 점은 지금 삼성의 지배구조로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라며 “결정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늦을수록 삼성과 한국 경제 전체에 초래하는 비용은 더 커질 것”이라며 “이런 점을 간담회에 참석한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말했고, 윤 부회장도 깊이 고민하고 있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삼성생명의 전자 지분 매각 이슈와 관련해선 2016년 경제개혁연대 보고서에 자세한 방안이 나와 있다”고 구체적인 해법까지 제시했다. 그가 경제개혁연대 소장 시절 작성한 이 보고서는 1단계로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금융지주사를 설립하는 방안 등을 담고 있다. 금융지주사법상 삼성생명이 금융지주회사 밑에 놓이면 비금융계열사인 삼성전자를 지배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2대 주주인 삼성물산(4.6%)보다 지분율이 낮아지도록 현재 지분 8.2% 가운데 최소한 3.6%를 매각해야 한다.

김 위원장은 “어렵고 시간이 걸리는 문제지만 결정하지 않고 시간을 보내는 것은 가장 나쁜 결정”이라고 말했다.

임도원/고재연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