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종박 현대오일뱅크 사장(왼쪽부터)과 허수영 롯데그룹 화학BU장(부회장),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부회장, 김교현 롯데케미칼 사장이 9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석유화학 투자합의서 체결식을 마친 뒤 손을 맞잡고 있다. 현대오일뱅크 제공
문종박 현대오일뱅크 사장(왼쪽부터)과 허수영 롯데그룹 화학BU장(부회장),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부회장, 김교현 롯데케미칼 사장이 9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석유화학 투자합의서 체결식을 마친 뒤 손을 맞잡고 있다. 현대오일뱅크 제공
정유업계는 최근 원유를 정제해 휘발유·경유 등을 생산하는 전통적인 정유 사업보다 석유화학 등 비(非)정유 부문에서 수익성을 키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 원유 가격과 환율 변동에 취약한 데다 전기차 증가라는 악재까지 겹쳐 정유 부문 사업성이 한계에 달했다는 판단에서다. 정유사들이 벤젠·톨루엔·자일렌 등 방향족 위주였던 석유화학 사업 범위를 수조원대 투자가 필요한 올레핀 영역까지 넓힌 것도 이 때문이다.

올레핀은 ‘석유화학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과 폴리에틸렌 등을 일컫는다. 올레핀 생산에는 원유에서 나오는 나프타를 가공하는 나프타분해설비(NCC)가 필요해 그동안 LG화학과 롯데케미칼 등 석유화학업체들이 시장을 주도했다. 여기에 정유사들이 속속 도전장을 내미는 모습이다.

이번에 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이 합작사인 현대케미칼을 통해 추진하는 중질유석유화학시설(HPC)은 2021년 말 공장 가동을 시작해 연간 폴리에틸렌 75만t, 폴리프로필렌 40만t을 생산하는 것이 목표다. 현대케미칼은 HPC에서 연간 3조8000억원의 수출 증대 효과와 영업이익 6000억원을 기대하고 있다.

HPC는 나프타를 보다 적게 투입하면서 이보다 저렴한 탈황중질유, 부생가스, 액화석유가스(LPG) 등 정유공장 부산물을 60% 이상 투입한다. 원료비 부담을 덜어 NCC보다 가격 경쟁력이 있다고 평가받는다. 문종박 현대오일뱅크 사장은 “현대오일뱅크의 비정유 부문 영업이익 비중은 2017년 33%에서 2022년 45% 이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다른 정유사들도 올레핀 투자에 뛰어들었다. 에쓰오일은 4조8000억원을 들인 잔사유고도화·올레핀하류시설이 완공돼 올해 안에 프로필렌, 산화프로필렌, 폴리프로필렌 등을 생산할 예정이다. GS칼텍스도 지난 2월 전남 여수 제2공장 부지에 2조원을 투자해 올레핀 생산시설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SK이노베이션과 중국 최대 국영 석유기업 시노펙의 합작사인 SK중한석화는 에틸렌 등 석유화학 제품 생산량을 220만t에서 300만t으로 높이는 증설 작업을 하고 있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의 협력은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윈윈 전략으로 볼 수 있다”며 “기존 업체들은 정유사들의 잇단 석유화학사업 진출이 제품 공급 과잉을 부르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