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폭행 내용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뉘우치며, 피해자를 비롯한 모든 분들께 사죄드립니다.”

한진그룹이 9일 배포한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 의혹 보도 관련 해명자료’는 이렇게 시작한다. ‘일부 폭행’은 조양호 회장의 부인인 이 이사장이 인천의 호텔 증축 공사장 관계자들을 나무라면서 폭행한 일을 말한다.

한진그룹은 이 이사장을 둘러싼 ‘갑질’ 의혹이 갈수록 커지자 이날 A4 용지 5쪽 분량의 해명자료를 냈다. 호텔 및 자택 등지에서 벌어졌다는 갑질 논란을 4개 분야 18개 항목으로 분류한 뒤 해명했다. 2000년 초 그랜드 하얏트 인천 호텔 정원에서 이 이사장을 몰라보고 ‘할머니’라고 부른 직원을 해고했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해당 직원이 자신을 ‘아주머니’라고 불렀지만 해고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

호텔 식당에서 “설렁탕이 싱겁다”며 폭언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고객으로서 당연히 제기할 수 있는 사안”이라며 폭언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서울 평창동 자택에서 집 안 청소 순서가 틀리면 가정부에게 폭언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청소의 기본 상식은 창문을 열고 시작하는 것인데, 그것을 안 지켜 지적했다”고 해명했다. 가정부가 폭언 때문에 1주일도 버티지 못하고 그만뒀다는 주장에는 “집에 있는 강아지 네 마리를 돌보기 힘들어 그만둔 것”이라고 했다.

평창동 자택 리모델링에 회사 직원을 동원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는 “시설부 직원에게 개인적으로 조언을 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해외 지점장을 통해 회사 돈으로 해외 물품을 구매하거나 명품을 밀수했다는 의혹에는 “비서실을 통해 과일과 일부 생활 필수품을 구매해 달라는 요청을 몇 번 했다”며 “모두 직접 결제하거나 사후 정산했다”고 했다.

해명 글을 본 직원들 반응은 싸늘했다. “사과는 한 줄뿐이고 변명만 늘어놓고 있다. 증거가 없는 건 교묘하게 아니라고 한다”는 비판이 많았다. 한 직원은 “이 이사장이 직접 나서 사과하고 뉘우치는 모습을 보였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찰은 전날 이 이사장을 출국금지하고 조만간 소환하기로 했다. 이 이사장은 지난 4일 피의자 신분으로 바뀌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