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적화물 수송 중소업체·개인차주 등 참여…"다단계 시장구조 폐해 극복"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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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컨테이너 운송업계 최초의 협동조합이 출범한다.

대기업 운송사의 하도급을 받는 중소업체들이 다단계 시장구조로 인한 폐해를 스스로 극복하고자 협동조합으로 뭉쳤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부산항의 한 부두에 내린 환적 컨테이너를 다른 부두로 옮기는 중소 운송사 6곳은 '부산항운수협동조합'을 설립하고 지자체 신고를 마쳤다고 9일 밝혔다.

이 협동조합은 법원에 운송주선업과 운송면허 등록을 마치고 6월 1일부터 본격 활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조합 설립을 주도한 이길영 길종합물류 대표(화물차운송사업자협회 트랙터분과위원장)는 "부산항에서 환적화물을 수송하는 트레일러 200여대 가운데 120여대가 우선 조합에 참여했으며, 조만간 개인 차주들을 포함해 150여대로 늘어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부산항 환적화물의 대부분을 협동조합 소속 트레일러들이 수송하게 된다.

부산항에서 처리하는 환적 컨테이너는 20피트짜리 기준 연간 1천만개를 넘고 그 가운데 30%가량이 애초 내린 부두에서 트레일러에 실려 다른 부두로 옮겨져 배에 실린다.

조합은 당분간은 종전처럼 '1군 업체'로 불리는 대형운송사들이 해운선사에서 수주한 일감을 넘겨받아 조합 소속 트레일러 기사들에게 배정해 수송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대형운송사의 수수료를 일부 줄이고 조합도 최소한의 운영비만 뗀 운송료 대부분을 개인차주나 기사들에게 지급할 계획이다.

부산항만공사가 구축하는 환적화물 공동배차 시스템을 활용해 대당 운행횟수를 현재 하루 13회에서 20회로 늘리고 환적 컨테이너를 싣고 갔다가 빈 차로 돌아오는 비율도 60%에서 20%대로 낮추는 등 효율을 높일 방침이다.

이렇게 하면 운임이 10% 이상 높아지는 효과가 있어 기사들에게 돌아가는 수입이 늘어 인력난을 어느 정도 덜 수 있다고 이길영 대표는 덧붙였다.

환적화물 운송사들은 낮은 운임으로 인해 기사들이 계속 떠나 심각한 인력난 때문에 보유차량의 30% 이상을 놀리는 등 존립을 위협받는 처지에 있다.

이길영 대표는 "이런 상태를 그대로 두면 기사들이 없어 환적화물을 수송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이는 부산항의 경쟁력 저하로 직결된다"며 "대형 운송사들이 5년째 운임을 한 푼도 올려주지 않아 중소업체들이 자구책 차원에서 협동조합을 설립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부산신항에서 환적 컨테이너를 실어주고 받는 운임은 거리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20피트 기준으로 최저 1만2천500원, 최고 1만7천500원에 불과하다.

40피트짜리는 1만6천500원에서 2만1천500원 사이다.

부두 내에서 대기하는 시간을 포함해 1~2시간 걸려 컨테이너를 실어주고 2만원 안팎을 받아봐야 기름값(1만2천원가량)과 각종 경비를 빼고 나면 남는 게 없다는 게 업체들의 주장이다.
국내 첫 컨테이너운송 협동조합 내달 부산항서 출범
이 대표는 "시간당 수입이 현행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다 보니 기사들 월급이 250만원도 안돼 시내버스나 택시 등 다른 업계로 떠나고 있다"며 "운임과 운송효율을 높여 기사들이 제대로 된 대우를 받도록 함으로써 환적화물 수송 인프라가 지속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 협동조합의 기본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부산항만공사는 이 협동조합이 제 역할을 할 수 있게 적극적으로 돕기로 했다.

공사 관계자는 "환적 컨테이너 부두 간 수송망이 무너지면 세계 2위 환적항인 부산항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다"며 "정부가 추진하는 도로안전운임제가 정착될 때까지 조합 사무실 운영비와 환적화물 공동배차 시스템 사용료 등을 지원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컨테이너 운송을 비롯한 부산항의 각종 연관 서비스업종 대다수가 업체 난립으로 인한 과당경쟁과 이를 노린 해운선사들의 가격 인하 압박으로 합당한 요금을 받지 못해 종사자들이 낮은 임금 등으로 고통받고 있다.

환적 컨테이너 운송사들이 처음으로 시도하는 협동조합이 선사와 대기업 등의 횡포에 맞서는 자구책으로 성공을 거둔다면 다른 업종으로도 확산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