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이 일자리와 관련한 주요 지표가 더 악화돼 내년까지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등의 여파로 실업률이 상승하고 취업자 수 증가폭이 크게 둔화하고 있는 것에 대해 “일시적이며 곧 회복될 것”이라는 정부 주장과 다른 것이어서 주목된다.

KDI의 경고… "고용 더 악화"
KDI는 경제전문가 22명을 대상으로 한 ‘경제전망 설문조사’ 결과를 8일 발표했다. 설문에는 한국은행, 국회예산정책처, 민간 경제연구소에 소속된 경제 분야 연구 책임자들이 참여했다.

KDI는 전문가들의 전망을 인용해 올해와 내년 실업률이 각각 3.9%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실업률은 3.73%였다. 실업률은 2013년 3.13%, 2014년 3.54%, 2015년 3.64%, 2016년 3.71% 등 계속 악화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KDI는 올해와 내년의 월평균 취업자 수 증가폭을 각각 23만 명, 25만 명으로 예상했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취업자 수 증가폭을 32만 명 수준으로 예상했는데 이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취업자 증가폭은 지난해 월평균 31만6000명이었지만 올해 2월과 3월에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만4000명, 11만2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등에 따른 고용 위축이라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지만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과는 무관하며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주장해왔다.

KDI는 고용지표 악화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은 각각 2.9%로 내다봤다. 수출은 올해와 내년에 각각 전년 대비 8.1%, 6.9%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소비자물가는 올해 1.6%, 내년 1.8%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8일 발표한 경제동향 5월호에서 “취업자 수가 건설경기 둔화와 일부 분야의 구조조정 등으로 낮은 수준의 증가폭을 이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월과 3월 제조업 취업자 수 증가폭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만4000명, 1만5000명에 그쳤다. KDI 관계자는 “고용 효과가 큰 자동차 분야에서 수출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GM이 구조조정까지 단행한 게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며 3월 건설업 취업자 수 증가폭도 전년 동기 대비 4만4000명에 그쳤다. 2월 6만4000명보다 줄었다.

KDI는 광공업 생산과 설비 투자도 감소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3월 광공업 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4.3% 감소했다. 자동차(-12.5%), 기타 운송장비(-20%) 등에서 감소폭이 컸다. 광공업 생산의 부진이 지속되며 전(全) 산업생산도 전년 동기 대비 1% 줄었다.

3월 건설기성(이미 이뤄진 공사실적) 감소폭은 전달(-1.2%)보다 확대된 -6.3%를 기록했다. 주택 착공은 증가했지만 주택 인허가 실적의 감소세가 확대되고 있어 주택 건설도 단기간 내 개선 추세로 전환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KDI는 수출 1위 품목인 반도체 설비투자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는 점도 주목했다. 반도체 제조용 장비 수입액의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2월 103%였으나 3월 25.8%, 4월 32.8%로 낮아졌다.

지난달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 감소했다. 수출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18개월 만이다. KDI 관계자는 “기저효과 등 일시적 요인을 감안하면 완만한 증가세는 대체로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3월 소매판매액지수는 전달(6.6%)보다 높은 7.0%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서비스업 생산지수도 2.3% 증가하면서 전달(1.9%)보다 증가폭이 커졌다. KDI는 “소매판매가 큰 폭의 증가 추세를 유지하는 등 민간 소비는 양호한 흐름을 지속하고 있고 소비 관련 서비스업도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지난달 소비자 물가는 농·축·수산물 가격과 공업제품 가격의 상승폭이 확대되면서 전달(1.3%)보다 높은 1.6%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