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 안 된 '週 52시간 근무'…산업현장 '우왕좌왕'

특례업종 5개로 축소

버스기사 1만2천명 구인난
7월부터 '운행 대란' 우려

장애인·노인 돌보는 시설
근무시스템 바뀌면 대혼란
공중파 방송국 PD 김모씨는 요즘 양극단의 감정을 느끼고 있다. 먼저 오는 7월부터 시작되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주 90시간 근무’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는 기쁨이다. 하지만 한편으론 ‘제대로 된 방송을 만들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한다. 1시간짜리 방송을 제작하기 위해 12시간이 넘게 녹화하는 상황에서 녹화를 중단하고 퇴근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특례업종 제외' 버스기사·사회복지사 업무공백 비상

그는 “PD 중에는 회사를 그만두고 법 적용을 받지 않는 소규모 외주 제작사를 차리는 것을 고민하는 동료들도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오는 7월부터 근로시간 특례업종에서 제외되는 업종의 혼란은 더욱 클 전망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지난 2월 무제한 근로가 가능하도록 허용한 특례업종을 기존 26종에서 5종으로 축소했다. 금융업, 보험 및 연금업, 우편업, 방송업, 사회복지서비스업 등이 특례업종에서 제외됐다.

노선버스 운전기사가 특례업종에서 제외되면서 관련 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경기와 강원 등 도내 시내버스와 시외버스, 농어촌버스는 하루 일하고 하루 쉬는 격일제나 이틀 일하고 하루 쉬는 복격일제로 운행 중이다. 격일제는 하루평균 18시간을 근무한다. 지금까지 법정 근로시간(8시간) 이상은 ‘연장 근로’ 명목으로 허용됐다.

하지만 ‘주 52시간 근무 체계’ 하에서는 연장근로가 주당 12시간을 넘길 수 없다. 기존의 격일제 근무 형태를 1일 2교대 형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문제는 구인난이다.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근로시간 단축으로 추가 고용해야 할 운전기사는 1만2000명에 달한다. 채용 공고를 내도 사람이 오지 않아 버스업계 관계자들이 버스운전 자격시험장 앞에서 명함을 돌리는 일까지 생기고 있다. 7월부터 ‘버스 운행 대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사회복지사도 특례업종에서 빠졌다. 24시간 운영하는 장애인·노인 거주시설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는 대부분 격일제로 근무한다. 법정 근로시간을 준수하려면 4조3교대로 근무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1일 8시간 근무제를 모든 사회복지시설에 적용하면 6000억원 이상의 추가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며 “적정 근무 인원을 배치하지 못할 경우 돌봄 공백이나 근로자의 연장 근로가 불가피한 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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