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 안 된 '週 52시간 근무'…산업현장 '우왕좌왕'

"대책 마련 힘들다" 움츠러드는 기업들

기업 "당분간 무조건 조심"
거래처와 식사시간 놓고도
업무연속 vs 근로 아니다 혼선

해외 출장때도 52시간 지켜야
공항 이동·탑승 대기시간도
전문가들 "근로시간에 포함"

저녁 회식자리도 해석 엇갈려
사업주·부서장이 주관하면
"근로로 봐야" 의견이 다수
A기업 법무팀은 최근 주 52시간 근무제를 어떤 방식으로 도입할지를 놓고 수차례 회의를 열었지만 몇 가지 사안에서는 결론을 내지 못했다. 임원이 근로시간 단축 대상에 포함되는지, 해외 출장 중 이동 및 대기 시간은 근로시간에 포함되는지, 거래처 관계자와의 식사시간은 어떻게 봐야 하는지 등이 대표적이다. 고용노동부에 문의해도 원론적인 답변만 돌아왔다. 고민 끝에 법무팀이 내린 결론은 “당분간은 무조건 조심하자”였다.

기업들이 혼란에 빠졌다.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7월1일)이 두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아직도 기업 법무팀 및 인사팀 관계자들은 답을 찾지 못한 질문이 너무 많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임원도 週 52시간? 로펌조차 해석 달라 … 모호한 기준에 기업 '대혼란'

임원은 52시간 이상 근무해도 될까

국내 기업 대다수가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을 앞두고 사내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있지만, 임원의 근로시간을 줄인 곳은 거의 없다. 임원은 주 52시간 근무제의 근간이 되는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정부의 해석은 명확하지 않다. 고용부는 “임원이라고 하더라도 매일 출근하면서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근로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보수를 받으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해석했다. 임원이라도 업무 방식이나 권한 등에 따라 근로시간 단축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도 서로 다른 의견을 내놓고 있다. 노무법인 승의 심은수 노무사는 “국내 기업의 중하위급 임원을 보면 업무에 대한 확실한 권한이 없는 경우가 많다”며 “판례를 봐도 대기업의 이사 및 상무급 임원은 근로자로 볼 수 있다고 결론이 난 적이 많다”고 했다. 반면 김영완 한국경영자총협회 노동정책본부장은 “대기업 임원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 규정 관련 적용을 받는다고 결론 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근로기준법 시행령(제34조)이 관리 및 감독 업무를 하는 근로자는 근로시간 규정에 적용되지 않는다고 명시한 만큼, 임원은 근로시간 단축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분석이다.

거래처와의 저녁식사는 근무일까

영업직 직원이 거래처 직원과 저녁식사를 하는 경우도 모호하다. 고용부는 저녁식사 등 접대 행위가 업무 수행의 연속이라고 판단되면 이를 근로시간에 포함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상사의 지시에 따른 식사 자리거나 업무상 꼭 필요한 자리로 인정받으면 근로시간으로 볼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업무상 필요한지를 가르는 기준이 뚜렷하지 않다. 일부 기업은 “당분간 외부인과의 저녁 약속을 최소화하라”는 지침을 일선 부서에 전달하고 있다.

부서 회식이 근로시간에 들어가는지도 불분명하다. 통상적인 근무시간 이후에 이뤄지는 회식은 근로시간에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사업주나 부서장의 지시에 따라 이뤄진 회식은 근로시간에 포함될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미국이나 유럽으로 출장을 떠난 직원의 이동시간과 대기시간에 대해서는 다수의 전문가가 “근로시간에 해당한다”고 답했다. 주 52시간을 거의 채운 상태에서 장거리 해외 출장을 다녀오면 꼼짝없이 위법이 되는 것이다. 해외에서 상시적으로 일하는 직원도 주 52시간 근무제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 고용부는 “국내 회사에서 해외 법인에 근로자를 파견하고, 근로자의 인사 및 노무관리를 한다면 한국의 근로기준법이 적용된다”고 해석했다. 해외 법인에서 근무하는 본사 파견 직원 대부분이 본사의 관리를 받고 있기 때문에 주 52시간 근무제 적용을 받는다는 의미다.

국내 기업의 인사팀 및 법무팀 관계자들은 “주 52시간 근무제를 도입하기로 한 만큼 기업들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정부가 세부적인 가이드라인을 빨리 마련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도병욱/심은지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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