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구조용 강관(파이프)을 생산하는 연매출 1000억원대 중소 철강업체 A사는 올해 미국 수출길이 사실상 막혔다. 미국의 철강 쿼터(수출물량 제한) 시행으로 올해 수출량이 1100t으로 묶이는데 올 1분기에만 3000t가량을 미국에 수출했기 때문이다. 이 회사 수출담당 임원은 “수년간 노력한 끝에 어렵게 미국 시장을 개척했는데 중소 철강업체에 불리한 쿼터 배분 탓에 수출 기회를 박탈당했다”고 토로했다.

"쿼터 배분 적어 美 수출길 막혔다"… 중소철강업체, 배분방식 조정 요구
8일 업계에 따르면 대(對)미 철강 쿼터 배분 방식을 놓고 중소 철강업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중재자 역할을 하고 있는 한국철강협회가 최근 3년간의 수출 실적(2015~2017년 평균 수출량의 70%)으로 업체별 수출 물량 배분을 추진하면서 중소 철강업체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올해 수출 물량을 작년(202만t)의 절반에 가까운 104만t까지 줄여야 하는 강관업계의 갈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부터 미국에 건설용 강관을 수출해왔다는 B사 대표는 “철강협회와 대형 철강업체들이 2015~2016년 미국 수출 실적이 없다는 이유로 올해 예상 수출량의 10%에 그치는 쿼터를 수용하라고 압박하고 있다”며 “회사 규모가 작을수록 쿼터 물량 배분이 곧바로 생산량과 공장 가동률로 연결되기 때문에 정부의 전략적인 배려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철강협회는 오는 11일까지 강관을 포함한 전체 54개 철강 제품의 업체별 쿼터를 확정한다는 방침이지만, 철강업체들의 기싸움이 치열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미국으로부터 25% 철강 관세를 면제받는 대신 수용한 철강 쿼터의 실효성 논란까지 제기하고 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