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아온 싼커 > 한국을 찾는 중국인 개별 관광객(싼커)이 늘고 있다. 7일 중국인 관광객들이 판촉 행사 내용이 붙어 있는 서울 명동의 한 화장품 매장을 지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 돌아온 싼커 > 한국을 찾는 중국인 개별 관광객(싼커)이 늘고 있다. 7일 중국인 관광객들이 판촉 행사 내용이 붙어 있는 서울 명동의 한 화장품 매장을 지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지난달 말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 결혼을 앞둔 중국인 커플이 찾아왔다. 이들은 명품 브랜드 ‘바쉐론 콘스탄틴’ 매장에서 5000만원어치의 예물시계를 구입했다. 또 타임 옴므, 톰브라운 등에서 1000만원어치 남성복을 샀다. 예비신부인 차이쉐팡 씨(30)는 “한국 사람들이 결혼 준비를 서울 청담동에서 많이 한다는 얘기를 듣고 찾았다”며 “중국인 전용 ‘컨시어지 서비스’를 받으며 반지, 시계 등 혼수품을 샀다”고 말했다.

현대백, 중국인 방문객 48% 증가

중국인 개별 관광객(싼커)이 돌아오고 있다. 국내 주요 백화점과 편의점 등에서 싼커 매출이 크게 늘고, 서울 명동 등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에서도 중국인이 부쩍 많아졌다. 한·중 관계 개선으로 중국인 단체 관광객(유커) 방문이 조만간 재개될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개별 관광객 유입이 먼저 늘고 있다는 게 유통·관광업계 분석이다.

현대백화점이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4일까지 ‘중국 노동절 행사 기간’ 중국인 매출을 집계한 결과, 작년 같은 기간 대비 80.5%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의 경우 매출 증가율이 174.1%에 달했다. 중국에선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1일까지가 ‘노동절 연휴’였다.

중국인 방문객 수도 크게 늘었다. 이 백화점 무역센터점에선 노동절 행사 기간 중국인 방문객이 전년 동기 대비 48.4% 증가했다. 1인당 구매액은 72만원으로, 전년 대비 81.7% 증가했다. 금액대가 높은 해외 패션(증가율 142.3%), 명품 시계(92.7%) 등이 특히 잘 팔렸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화장품, 식품 분야 매출 증가율을 두 배가량 앞섰다.

유통업계는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이 최고조에 달했던 작년 이맘때와 달리 최근 싼커를 중심으로 중국인 방문이 늘고 있는 점에 고무돼 있다. 특히 백화점은 중국인 고소득층이 주로 찾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설명이다. 국내 한 대형 백화점 관계자는 “한국 백화점에서 쇼핑하는 중국인은 중국 공산당 고위 간부의 가족 등 오피니언 리더가 많다”며 “이들이 한국을 찾기 시작했다는 것은 중국 정부의 강경한 기조가 한풀 꺾였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커'는 아직… 큰손 싼커 먼저 돌아왔다
“중국인 관광객 확실히 많아졌다”

백화점뿐만이 아니다. 편의점 CU에선 지난 1분기 중국인이 주로 사용하는 은련카드, 알리페이 결제 건수가 전년 동기 대비 73.5% 급증했다. 특히 3월 증가율은 247%에 달했다. 지난달에는 증가 폭이 더 커져 1~22일 516%까지 뛰었다. CU 관계자는 “공항, 도심, 관광지 등에 있는 편의점이 중국인 관광객 유입을 감지하는 바로미터 역할을 하고 있는데, 최근 중국인이 확실히 많아진 것 같다”며 “중국인 마케팅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 시내면세점들도 “싼커가 많아졌다”며 반기고 있다. 국내 면세점은 작년 3월 중순 중국 정부의 한국 단체 관광상품 판매 금지로 큰 타격을 입었다. 매출 감소 등의 위기를 중국 보따리상(따이궁)을 통해 어느 정도 만회했다. 최근엔 따이궁에 더해 싼커 방문까지 증가하면서 매출이 더 늘고 있다. 이 덕분에 지난 3월 국내 면세점 매출은 12억6465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약 90% 증가했다.

국내 면세점들은 이번 노동절 연휴 기간 2년 만에 중국인 마케팅을 재개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달 27일 서울 명동 본점에 국내 최대 규모의 VIP 라운지인 ‘스타라운지’를 열었다. 중국인 ‘큰손’을 노렸다. 중국인을 위한 별도의 ‘차이나라운지’를 뒀다. 신라면세점은 지난 3일까지 중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웨이보’와 ‘위챗’에서 이벤트를 했다. 한국 왕복 비행기 티켓과 화장품, 시계 등 중국인이 좋아하는 경품을 걸었다.

유커 본격 유입은 ‘아직’

개별 관광객 중심으로 중국인 방문이 조금씩 늘고는 있지만 사드 사태 이전 수준을 회복하려면 유커 방문이 본격적으로 재개돼야 한다. 중국은 작년 11월 베이징, 산둥성에 이어 최근 충칭과 우한시에서도 한국 단체관광 비자를 풀어줬다. 일부 온라인 여행 사이트에선 한국 단체 관광상품이 간헐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유통·관광업계에선 중국 정부가 유커의 전면 허용보다는 단계적으로 제한을 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면세점업계 관계자는 “유커가 본격적으로 방문하기 위해선 전세기, 크루즈선, 온라인 여행사 상품 판매 등 세 가지가 이뤄져야 한다”며 “아직은 이 세 가지 제한이 확 풀렸다고 판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