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왕실의 금고지기’로 불리는 칼리드 알팔리 사우디 에너지산업광물자원부 장관이 지난 5일 울산 울주군 온산국가산업단지에 있는 에쓰오일 공장을 방문했다. 알팔리 장관은 사우디 왕실 재정의 90% 이상, 국내총생산(GDP)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이사회 의장이다. 에쓰오일 대주주는 아람코 자회사인 AOCBV다.

알팔리 장관은 지난 3일 2박3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았다. 비공개 일정으로 울산을 찾은 그는 에쓰오일이 새로 지은 잔사유고도화시설(RUC)·올레핀하류시설(ODC)을 관심 있게 보며 만족감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기계적 완공을 마치고 시운전을 앞둔 RUC 내 접촉분해시설(HS-FCC)을 중점적으로 확인했다. HS-FCC는 원유에서 휘발유, 경유, 등유 등을 분리하고 남은 잔사유로 프로필렌을 뽑아내는 설비다. 이 설비의 원천기술은 사우디 명문대 중 하나인 킹파드석유광물대가 아람코, JX니폰 등과 함께 개발했다. 기존 FCC는 프로필렌을 6% 정도 추출할 수 있지만 HS-FCC는 20% 이상 추출이 가능하다. 프로필렌은 폴리프로필렌과 산화프로필렌의 원료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사우디가 개발한 원천기술이 처음으로 대규모 상업화되는 장소가 울산이어서 알팔리 장관이 유심히 살펴봤다”고 말했다.

알팔리 장관은 현장에서 에쓰오일의 투자 계획에 대해서도 질문을 던졌다. 사우디는 빈살만 왕세자 주도로 석유 의존 경제에서 탈피하겠다는 ‘비전 2030’ 프로젝트를 제시했다. 아람코 지분 5%를 상장해 확보한 약 2조달러의 자금으로 신(新)경제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알팔리 장관은 비전 2030의 실무를 담당하고 있다. 이 때문에 아람코의 주요 계열사 중 하나인 에쓰오일의 미래에 대해서도 관심을 보였다는 것이 업계 해석이다. 에쓰오일은 지난달 이사회에서 사업 목적에 ‘벤처 투자 등 신기술사업 관련 투자, 관리 및 기타 관련업’을 새로 추가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