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대우가 미얀마 양곤에 지난해 9월 완공한 호텔.  /포스코대우 제공
포스코대우가 미얀마 양곤에 지난해 9월 완공한 호텔. /포스코대우 제공
한때 ‘수출 역군’으로 불리다가 긴 침체기를 겪은 종합상사들이 재도약하고 있다. 포스코대우, SK네트웍스, 삼성물산, LG상사 등 ‘빅4’ 모두 올 1분기 나란히 흑자를 냈다. 단순 트레이딩 사업을 넘어 해외 풍력·태양광발전 단지부터 가전제품 렌털까지 사업 다각화에 나선 게 특징이다. 영업이익률이 1~2% 수준으로 국내 제조업 평균 영업이익률(5~6%)에 못 미치는 점은 풀어야 할 숙제로 꼽힌다.

◆자원 개발부터 식량·호텔까지

6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대우는 올 1분기 영업이익이 사상 처음 1500억원을 돌파했다. 매출도 작년보다 18% 이상 증가한 6조1710억원을 기록했다. 포스코대우의 ‘캐시카우(현금 창출원)’로 꼽히는 미얀마 가스전과 파푸아뉴기니 민자발전사업(IPP) 등 해외 사업이 호조를 보인 결과다.

종합상사의 대변신… 곡물·호텔·풍력까지 돈 되는 건 多한다
포스코대우는 무역상사를 뛰어넘어 ‘종합사업회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철강 트레이딩과 자원 개발 등 두 개의 핵심 사업과 식량·자동차 부품·IPP 등 3개 전략 사업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미국(강관 유통), 미얀마(철근 유통), 터키(스테인리스 가공)에 유통·생산 법인을 세우고 현지 시장 공략에 나서기로 했다. 노하우를 갖고 있는 자원 개발은 액화천연가스(LNG) 트레이딩부터 터미널·배관·발전까지 총괄하는 사업 구조를 만든다는 목표다.

포스코대우는 식량 사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미얀마 정부로부터 미곡종합처리장 투자 승인을 받은 데 이어 우크라이나에 곡물 터미널 사업도 추진 중이다. 미얀마 등에 호텔을 갖고 있는 점을 활용해 기업회의·관광·컨벤션·전시 등 ‘마이스(MICE)’ 사업 진출도 선언했다. 김영상 포스코대우 사장은 지난 1월 기업설명회에서 “사업 영역을 넓혀 2030년까지 매출 40조원,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하겠다”고 했다.
SK네트웍스의 생활가전 렌털 제품.  /SK네트웍스 제공
SK네트웍스의 생활가전 렌털 제품. /SK네트웍스 제공
◆종합 렌털 회사로 변신

SK네트웍스는 자동차(SK렌터카)부터 정수기와 비데 등 생활가전(SK매직)을 아우르는 종합 렌털 회사로 탈바꿈하고 있다. 액화석유가스(LPG) 충전소와 주유소 도매 사업 등 기존 사업은 과감하게 정리했다.

올 1분기 영업이익은 SK매직의 마케팅 비용 증가 등으로 감소했지만 공격적인 영업을 통해 2020년까지 매출 1조원, 누적 계정 수 300만 명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SK그룹 창업주인 고(故) 최종건 회장의 차남인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도 지난 3월 SK매직 신제품 출시 행사에 직접 참석할 정도로 각별한 관심을 쏟고 있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렌털 시장은 2006년 3조원에서 2016년 25조9000억원으로 여덟 배 이상 성장했다. 2020년에는 4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SK네트웍스는 올해 초 주유·충전·세차·주차·긴급출동 통합멤버십 서비스인 ‘모스트’를 출시하는 등 모빌리티 사업도 강화하고 있다.
삼성물산이 완공한 캐나다 풍력·태양광발전 단지.  /삼성물산 제공
삼성물산이 완공한 캐나다 풍력·태양광발전 단지. /삼성물산 제공
◆5조원짜리 신재생 단지 건설

국내 종합상사 1호(1975년)인 삼성물산은 상사 부문에서 1분기 매출 3조3290억원, 영업이익 58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6%, 영업이익은 34.9% 증가했다. 경영 체질 개선 및 선택과 집중 전략에 힘입어 철강·화학 등 분야에서 트레이딩 물량이 늘었다.

삼성물산은 해외 신재생에너지 사업에서 신성장동력을 찾고 있다. 착공 10년 만에 지난달 완공한 캐나다 온타리오주 풍력·태양광발전 단지가 대표적이다. 풍력발전(1069㎿)과 태양광발전(300㎿)등 10개 단지로, 총 사업비가 50억달러(약 5조3000억원)에 달한다. 총 1369㎿ 규모로 40만 가구에 친환경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삼성물산은 생산한 전력을 온타리오주 전력청에 20년간 판매하기로 해 안정적인 수익이 기대된다.

LG상사는 친환경 연료로 꼽히는 바이오디젤의 원료인 팜오일과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코발트와 리튬 등 ‘녹색광물’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상반기 중 인도네시아 팜오일 농장 생산라인을 증설할 계획이다. 지난 3월엔 호주 코발트 광산업체인 코발트블루와 지분 투자 계약을 맺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