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샤오미 스마트폰 보는 이재용 부회장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가운데)이 김기남 반도체·부품(DS) 부문 대표(맨 왼쪽) 등과 함께 지난 3일 중국 선전에 있는 샤오미의 ‘플래그십 스토어’를 방문해 스마트폰 신제품을 들여다보고 있다.  /웨이보 캡처
< 샤오미 스마트폰 보는 이재용 부회장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가운데)이 김기남 반도체·부품(DS) 부문 대표(맨 왼쪽) 등과 함께 지난 3일 중국 선전에 있는 샤오미의 ‘플래그십 스토어’를 방문해 스마트폰 신제품을 들여다보고 있다. /웨이보 캡처
“이재용 부회장이 샤오미의 스마트폰을 심각한 표정으로 들여다봤다.” 4일 중국 포털 및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 대거 올라왔다. 선전에 있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창업 메카인 화창베이(華强北)와 샤오미의 플래그십 스토어를 찾은 모습이다. 중국 네티즌은 사진 속 이 부회장의 표정 하나하나에 관심을 나타냈다. 이 부회장은 지난 2일 김기남 반도체·부품(DS) 부문장(사장), 진교영 메모리사업부장(사장), 강인엽 시스템LSI사업부장(사장),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등과 선전을 방문했다.

이 부회장이 선전을 찾은 이유

화창베이와 샤오미 스토어를 방문한 사진엔 공통점이 있다. 이 부회장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다는 것. 하지만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출장은 스마트폰사업보다는 신사업 발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말했다.

中 선전 스타트업 메카 찾은 이재용… "신사업 발굴 고심"
방문한 두 공간이 지닌 의미를 분석하면 이 같은 맥락을 읽을 수 있다. 각종 전자상가가 한데 모여 있는 화창베이에는 매일 새로운 기업이 1만6500여 개씩 생겨난다. 선전의 창업 열기를 상징하는 곳이다.

“화창베이에 있는 부품으로 미사일과 비행기도 제조할 수 있다”고 할 정도로 다양한 전자부품이 거래된다. 선전의 하드웨어 스타트업은 여기서 나오는 부품으로 시제품을 제작하고 선전 일대의 제조업 인프라를 활용해 제품을 양산한다. 스타트업 문화를 삼성전자에 이식하는 데 관심을 기울여온 이 부회장은 화창베이에서 선전식 스타트업 문화를 주의 깊게 살핀 것으로 알려졌다.

샤오미의 선전 플래그십 스토어도 중국 기업의 변화를 보여주는 대표적 장소다. 스마트폰과 전기자전거, 세그웨이(1인용 이동수단)가 전시된 1층은 애플 스토어, 침대와 식기 등이 전시된 2층은 일본 잡화 브랜드 무지 매장을 연상시킨다. 스토어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제품 판매가 주목적은 아니다. 샤오미식의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공간이다.

올 1월 이곳을 찾은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프리미엄 가전에 집중하는 한국 전자업체에 이런 식의 사업 개척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곳”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도 삼성전자 스마트폰 및 가전사업의 혁신 방안을 고민했을 것으로 보인다. 2013년 19.7%에 달했던 중국 스마트폰 시장의 삼성전자 점유율은 지난해 2.4%까지 떨어졌다.

주요 기업 대표들도 만나

이 부회장은 또 선전 출장 기간 왕촨푸 비야디(BYD) 회장,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 레이쥔 샤오미 회장, 선웨이 BBK 최고경영자(CEO) 등도 만났다. 모두 중국을 대표하는 전자기업이다.

배터리 제조로 출발한 BYD는 세계 최대 전기차 제조업체로 성장했다. 2016년 삼성전자가 5100억원을 투자해 지분 1.92%를 보유한 회사다. 화웨이는 세계 최대 통신장비 제조업체이자 중국 1위 스마트폰 회사다. 사업 영역이 대부분 삼성전자와 겹쳐 강력한 경쟁자로 성장하고 있다. BBK는 스마트폰 제조업체 비보의 모회사다.

DS 부문 사장이 대거 동행한 만큼 이번 연쇄 회동에서는 삼성전자 반도체의 공급 문제가 중요하게 논의됐을 것으로 예상된다.

화웨이와 샤오미 등은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메모리반도체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을 삼성전자가 원활히 공급해주지 않는다며 불만을 제기해왔다. 삼성전자 측도 “부품 수요 파악과 반도체 전략 구상이 이번 출장의 중요한 목표”라고 전했다.

BYD 등과는 인공지능(AI)을 비롯한 미래 기술 관련 협력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은 차량용 엔터테인먼트 시스템 등을 생산하는 하만 인수를 주도하는 등 전장(電裝)사업에 공을 들여왔다. 전기차는 내연기관 자동차에 비해 전자부품 비중이 높아 BYD로서도 삼성전자와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이 부회장은 이날 중국 방문 일정을 마무리하고 곧장 일본으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행선지나 방문 목적 등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현지 기업 대표나 지인을 만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