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년 지켰던 서울시금고 뺏긴 우리銀…방심이 일 불렀다
우리은행이 100년 넘게 지켰던 서울시금고 운영권을 결국 신한은행에 내줬다. 당초 30조원 규모의 1금고를 지키는 것은 물론 2금고까지 가져오겠다는 계획이었지만 1금고를 빼앗기면서 시금고 유치 전략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전날 12시간에 걸친 회의 끝에 1금고 우선협상 대상 은행으로 신한은행을 선정했다. 기존에 서울시금고 운영을 맡았던 우리은행은 2금고 운영 은행으로 뽑혔다.

우리은행은 지난 1915년부터 104년째 서울시금고 운영을 독점해 왔다. 서울시가 내년부터 복수시금고를 운영하기로 하면서 다른 은행이 2금고를 차지할 수 있다는 전망은 있었지만 업계 안팎에선 우리은행이 1금고를 가져갈 것으로 점쳐 왔다.

우리은행 역시 1,2금고를 모두 따내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유치전을 펼쳐 왔다.

하지만 서울시는 1금고지기로 신한은행을 택했다. 업계에선 신한은행이 104년 우리은행의 아성을 깬 데 대해 '예상 밖'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또 우리은행이 지나치게 1금고 선정을 낙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선정을 앞두고 우리은행이 잇따른 논란에 휩싸였던 것도 감점 요인이 됐다.

우리은행은 지난 3월 70만명에게 세금고지서를 오발송하는 전산 오류를 냈고, 지난달에도 모바일 인증과 관련해 시스템 오류가 발생했다.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던 차세대 전산 시스템은 준비 부족으로 3개월이 미뤄져 이번 주말에나 적용될 예정이다.

여기에 지난해부터는 채용비리 문제와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의 출장 지원 등의 논란에 휘말리며, 4차례나 압수수색을 받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다른 시중은행들도 1금고는 우리은행이 될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며 "우리은행 역시 2금고의 경쟁률이 높을 것이라 생각하고 전략을 짰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1금고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입장이다. 실제 우리은행은 2014년 서울시금고 선정 당시 제시했던 출연금(1400억)보다 많은 총 2100억원 규모(1금고 1000억원, 2금고 1100억원)의 출연금을 제시했다.

그러나 새 금고지기로 선정된 신한은행이 1금고 지원자 중 최고액인 3000억원을 제시하면서 승부를 뒤집지 못했다. 신한은행의 출연금을 두고 일각에서는 과도한 금액이라는 지적이 제기되지만, 시금고 선정 후 얻을 수 있는 부수적인 효과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신한은행은 10년간 3번째 도전을 통해 경쟁력을 길러온 것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6개월 전부터 금고유치 태스크포스팀(TF)을 구성하고 위성호 행장이 직접 진두지휘하며 의지를 보였다.

실제 위 행장은 시금고 프리젠테이션(PT)이 있던 3일 아시아개발은행(ADB) 총회 참석차 방문한 필리핀에서 귀국해 PT를 마무리한 후, 다시 출국할 정도로 시금고 선정에 공을 들였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지난 10년간 서울시금고를 준비해 온 노력과 20여개의 지자체 금고 운영 경험이 이번 선정의 바탕이 된 것"이라며 "서울시민의 편의성을 높일 수 있도록 시와 다양한 협력을 하는 한편 1금고의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아름 한경닷컴 기자 armij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