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도시의 흥망성쇠를 가름하고 있다. 법인지방소득세 신고 및 납부가 지난달 30일 마감되면서 지방자치단체들의 희비가 크게 엇갈렸다. ‘슈퍼 호황기’를 맞은 반도체기업을 유치한 화성, 수원, 용인, 평택, 이천, 청주 등은 ‘웃음꽃’이 핀 반면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된 거제, 군산, 통영 등은 재정난을 우려하는 처지가 됐다.
수원, 반도체 덕에 '웃음꽃' 2961억 vs 62억 거제, 조선업 불황에 '울상'
◆이천시 곳간 채우는 SK하이닉스

2일 한국경제신문이 주요 지자체의 ‘2018년 법인지방소득세 신고액’을 조사한 결과 삼성전자 본사가 있는 수원에서는 2961억원의 세금이 걷힌 것으로 나타났다. 거제의 62억원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한때 거제시를 지탱하던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은 지난해는 물론 올해도 법인지방소득세를 납부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거제시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이 지난해 당기순이익을 냈지만 법인지방소득세를 산정할 때는 이전에 누적된 당기순손실을 반영하기 때문에 올해도 신고 금액이 ‘0원’일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기업을 유치한 지자체들은 사상 최대 규모의 세수를 확보했다. SK하이닉스가 올해 이천시에 납부한 법인지방소득세(2017년 실적분)는 1903억원에 달한다. 이천시 올해 예산(8300억원)의 23%를 차지한다. 거액의 세금을 낸 SK하이닉스 덕분에 이천시는 재정 운영에 한층 여유가 생겼다. 이천시는 그동안 예산이 부족해 추진하지 못한 행복센터 건립(예산 200억원) 등 기반사업 투자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1996년 이천시에 107억원을 낸 뒤 계속된 적자로 지방소득세를 내지 못하다가 2014년부터 해마다 수백억원 규모의 세금을 내기 시작했다. 이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2016년 한 해에만 이천시에서 6000억원대의 경제적 파급 효과를 창출했다. 세금뿐만 아니라 M14 신규공장 건설을 위해 이천지역에 등록된 기업을 대상으로 각종 공사 등을 발주했다. 취약계층을 위한 행복나눔기금을 조성했고, 사내 식당에서는 지역 농산물인 임금님표 이천쌀을 연간 600t가량 사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7월 평택에서 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라인(18라인)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평택시에 낸 법인지방소득세는 33억원에 그쳤지만 올해는 457억원으로 급증했다. 삼성전자가 이곳에 30조원을 투자해 제2공장을 세우기로 한 만큼 평택시에 내는 법인지방소득세는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기업 성장이 세수 확보에만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일자리 창출, 인구 유입, 경제력 향상 등 전방위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일자리 창출에 삶의 질 향상까지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거제시와 통영시의 실업률은 각각 6.6%와 5.8%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에 비해 이천시 고용률은 경기도에서 두 번째로 높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기업이 진입해 활발한 경영활동을 한 6개 도시의 합계 출산율은 1.49명으로 전국 평균인 1.22명보다 높았다. 주택보급률과 인당 도서관 좌석 수 등 삶의 질을 나타내는 수치도 전국 평균보다 높게 나타났다.

기업의 움직임에 따라 해당 지역 부동산 경기도 큰 영향을 받는다. 구미 주택시장은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생산기지를 베트남으로 옮기고, 지역 내 협력업체 수백 곳이 폐업하면서 공급과잉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