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입은행이 SK하이닉스의 도시바 반도체사업 인수를 지원하기 위해 8000억원 규모의 엔화 대출을 내주기로 했다.

輸銀, SK하이닉스 '도시바 반도체 인수'에 8천억 대출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2일 “도시바의 메모리사업부 인수를 추진 중인 SK하이닉스가 8000억원 상당의 엔화 대출을 수은에 요청해 왔다”며 “관련 국가의 승인을 얻는 조건으로 대출해 주기로 내부 결정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도시바 메모리사업부 인수를 위한 총 투자 규모를 4조원으로 예상하고 있고, 이 중 8000억원 규모는 환헤지 차원에서 대출로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국내 은행 중에서 SK하이닉스가 요구하는 대출 규모와 조건에 맞출 수 있는 곳이 수은밖에 없다”며 “SK하이닉스가 대기업이긴 하지만 중국과의 반도체 기술 격차를 유지하기 위해 대출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산업은행의 경우 동일인·동일차주 여신 한도에 막혀 SK하이닉스에 대한 대출 여력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 미국 베인캐피털, 일본 민관펀드인 산업혁신기구 등이 주축인 한·미·일 연합체는 도시바의 반도체 사업을 2조엔(약 20조원)에 인수하기로 지난해 9월 계약했다. 한·미·일 연합체는 중국의 반독점 심사만 통과하면 인수를 완료할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도시바 메모리사업부를 인수하면 2대 주주에 오른다. 다만 의결권 지분이 앞으로 10년간 15% 이하로 제한되고, 10년간 도시바의 메모리 기밀정보에 대한 접근이 차단된다.

문제는 중국 정부다. 일각에서는 중국과 미국 사이의 무역 갈등이 커지고 있어 중국 정부가 한·미·일 연합체의 도시바 인수에 대한 승인을 미루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퀄컴의 네덜란드 NXP반도체 인수 등 미국 기업이 관련된 대규모 인수합병(M&A) 거래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과 같은 차원이라는 설명이다. 더군다나 중국은 ‘반도체 굴기’를 선언하고 나서 한·미·일 연합체가 도시바의 메모리사업부를 인수하면 기술 격차가 더 커질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중국 당국의 승인이 지연되고 있지만 물밑에선 관련 작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며 “SK하이닉스의 도시바 반도체사업 인수가 조만간 성사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신영/강경민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