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하순 열린 하노버산업전시회에서 페스토 관계자가 사람의 움직임을 그대로 따라하는 로봇을 시연하고 있다.  /김낙훈 기자
지난달 하순 열린 하노버산업전시회에서 페스토 관계자가 사람의 움직임을 그대로 따라하는 로봇을 시연하고 있다. /김낙훈 기자
독일 남부 에슬링겐에 본사를 둔 공장자동화 업체 페스토. 이 회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열린 하노버산업전시회에서 거미로봇 박쥐로봇 등을 선보였다. 이 가운데 이미 개발한 개미로봇을 산업현장과 접목시키는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페스토는 이 기술 개발을 위해 뮌헨기술대와 보쉬 지멘스 등과 협력하고 있다. 독일 기업이 주요 프로젝트를 대부분 산학이나 산학연 협력을 통해 수행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신발공장의 독일 귀환’을 이끈 아디다스의 스피드팩토리도 마찬가지다. 안스바흐에 있는 이 공장은 로봇과 3차원(3D)프린터 등으로 신발을 생산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토마스 그리스 아헨공대 교수는 “이 프로젝트는 아디다스와 아헨공대의 섬유기술연구소 등이 협업한 프로젝트”라고 설명했다.

산학연 협력의 중심에는 기업과 프라운호퍼연구소, 공과대학이 있다는 게 독일 전문가들의 얘기다. 프라운호퍼는 실용기술을 개발해 기업에 이전해주는 곳이다. 뮌헨에 본부가 있고, 독일 전역에 70여 개의 개별 연구소가 있다. 연구원은 약 2만5000명에 이른다. 도르트문트에 있는 프라운호퍼 물류연구소는 루프트한자 SAP 등과 협업해 스마트물류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아헨에 있는 프라운호퍼 레이저연구소는 BMW 지멘스 티센크루프 브라운 등 200여 개 기업과 협업하고 있다.

협업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것은 독일이 이를 시스템으로 정착시켰기 때문이다. 조직력을 중심으로 한 독일 축구와 비슷하다.

정부 예산이 투입되는 대부분 연구개발(R&D)은 기업과 연구소 대학이 참여하는 클러스터를 꾸려야 지원받는다. 개별 기업에 대한 지원은 거의 없다.

프라운호퍼도 초창기에는 주로 정부 예산으로 운영됐다. 하지만 기업과의 협력이 원활하지 못하다고 판단한 독일 정부는 1980년부터 프라운호퍼 지원 예산을 30% 수준으로 깎았다. 나머지는 기업이나 공공기관 등과 협력해 스스로 조달해야 한다. 기업과 협업하지 않을 수 없도록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한국은 협업에 서툴다. 기술이 급변하고 수많은 기술이 동시다발적으로 개발돼야 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지금과 같은 개별기업 지원 방식은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국가 연구개발체계를 다시 한번 들여다봐야 한다는 얘기다.

하노버=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