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사 수주 가이드라인 완화 문제 삼아

일본 정부와 조선업계가 우리 정부의 조선업 정책이 시장 왜곡 행위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일본 정부는 우리 정부를 상대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까지 검토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는 조선업 정책이 문제 될 소지가 없다는 입장이다.

2일 조선업계와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이달 중순 예정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선작업반(Working Party6)' 회의를 앞두고 회원국 간 사전에 입장을 교환하는 과정에서 우리 정부의 조선산업 발전전략 등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말 우리 정부가 내놓은 조선업 수주 가이드라인 완화 정책과 관련해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하면서, 만약 이 내용이 사실이라면 시장을 왜곡시키는 행위라고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는 조선사가 생산원가 이하로 입찰가를 적어내는 이른바 '저가 수주'를 부분적으로 허용하는 내용의 새로운 수주 가이드라인을 작년 말부터 한시적으로 시행 중이다.

중국, 싱가포르 등 경쟁업체들의 저가 공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국내 조선사들의 일감 확보를 지원하기 위해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저가 수주여도 선수금 환급보증(RG) 발급을 허용키로 한 것이다.

RG는 조선사가 주문받은 배를 인도하지 못할 경우 발주처에서 이미 받은 선수금을 은행이 대신 물어주겠다고 보증하는 것이다.

RG가 발급돼야 수주 계약이 성사된다.

일본 정부는 이 정책으로 인해 한국 조선사들의 저가 수주가 가능해지고 세계 조선시장이 왜곡돼 부당하다는 주장을 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한국 조선업 정책, 시장 왜곡"… WTO 제소 거론
일본 조선업계를 대변하는 일본 조선공업협회도 지난 2월 협회장 명의로 한국 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같은 내용의 항의 서한을 보냈다.

이에 조선해양플랜트협회는 '원칙에 따른 정책 결정'이라는 원론적인 수준의 답변서를 일본 조선공업협회에 전달했다.

일본의 일부 언론은 일본 정부가 이 문제와 관련해 WTO 제소를 추진한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WTO에 제소하겠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힌 적은 아직 없다는 게 산업부의 설명이다.

그동안 일본은 OECD 회의를 앞두고 자국 여론 등을 의식해 이런 '언론플레이'를 자주 해왔다.

OECD에서 정부의 조선산업 정책에 대한 불만을 나타낸 것도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우리 정부는 조선업에 대한 부당한 지원을 한 적이 없으며, 일본 조선업계가 문제 삼는 수주 가이드라인 완화 등은 우리나라 조선사 채권단이 손실 최소화를 위해 상업적 판단에 따라 한 결정이라는 입장이다.

정부는 이번 OECD 회의에서 이런 입장을 설명할 방침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WTO 제소는 절차가 복잡하고 오랜 시간이 걸려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일본 조선업계의 불만 제기는 반복돼온 일인만큼 실제로 WTO에 제소할지는 앞으로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